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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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과 공정하지 않을때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을 쓴다. 

같은 조건, 같은 규칙, 같은 공간, 동일한 기회의 제공이 지켜지지 않을 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른바 스포츠 밖의 현장에서도 불공정할때 비유적으로 쓰이지만, 스포츠에서 그만큼 공정과 공평은 아주 핵심요소라는 의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모든 스포츠 종목에는 공정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운동 경기는 없는데 왜 이 표현을 쓸까.

역설적으로 보면 그만큼 스포츠에서 공정성·공평성이 중요한 핵심가치라는 의미다.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경기 결과에 이의 없이 승복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의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 공정함을 전제로 한 것이다.

만일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면 정정당당하게 싸우라고 할 수 없다.

당사자이든 부모님 입장에서 입시경쟁, 취직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정한 잣대다.

물론 각종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2020년대 들어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그야말로 '공정'과 '상식'이다.

최고 권력자에서부터 장삼이사에 이르기까지 공정하고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 더 나아가 공정한 잣대로 보고 실행 의지가 그 어느 시기보다 강하다.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이 현실은 여전히 공평하지 않고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공정과 상식의 개념이 합리적 개인주의로 포장되고 이기주의에 오염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척유소단(尺有所短), 촌유소장(寸有所長)"

"자에도 짧은 데가 있고, 치에도 긴 데가 있다."뜻이다.

이른바 "기준이 달라지면 공신도 죽는다."는 점을 강조한 사자성어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거스 히딩크 감독은 우리 한국축구 역사상 최고의 감동을 선사했다.

히딩크의 공정철학 한국 축구대표팀 개개인에게 도전정신과 감투정신을 불러일으켰다.

공정철학은 끈기와 지칠 줄 모르는 체력, 멀티플레이어, 승리욕, 투쟁심으로 가득 채워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축구 팬들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히딩크 감독을 사랑하는 건 성공 신화를 써서만은 아니다. 

공정철학을 실천 했기때문이다.

팬들은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극복하고. 학연·지연으로 둘러싸인 '인맥 축구'를 과감하게 도려내고 실력에 근거해 발탁한걸 높게 평가한다. 

히딩크 감독은 이름값보다 실력을 중시했다.

"누구누구를 대표팀에 뽑으라"는 청탁을 뿌리치고 공정 경쟁으로 대표 선수들을 발탁했다.

당시 만일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었다면 4강 신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야 누구나 도전할수 있고 나온 결과에 승복할수 있는 법이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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