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약세는 구매력과 인재유인 매력저하... 총체적인 문제 유발
달러표시 닛케이지수는 올래 20% 하락
부가가치 높은 산업기반으로 임금인상과 통화가치 제고 시급

달러화로 계산한 일본의 GDP가 움츠러들고 있다.
달러당 140엔으로 계산하면 2022년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약 30년 만에 4조 달러(약 560조 엔)를 밑돌았다.
4위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 표시 닛케이평균주가는 올 들어 20% 하락했다.
임금도 30년 전으로 하락해 일본의 구매력과 인재 유인 매력이 떨어졌다.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기반으로 임금이 오르고 통화가치가 강해지는 경제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의 올해 명목 GDP를 553조 엔으로 전망했다.
달러당 140엔으로 환산하면 3조9000억달러로 1992년 이후 29년 만에 4조달러를 밑돌았다.
현 단계의 중간 평균 환율은 127엔 안팎이지만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거나 저점을 맴돌면 올해와 내년에 4조 달러 선이 무너질 수 있다.
달러당 일본 경제규모는 거품경제 붕괴 이후로 돌아섰다. 세계 GDP는 이 기간 4배로 늘었고, 15%를 넘던 일본의 점유율은 4% 가까이로 쪼그라들었다.
일본은 2012년 독일보다 8할 높은 6조달러를 넘어섰지만 지금은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성장과 경기 상황은 엔화 기준 GDP와 연동된다.
올해 달러 표시 GDP가 2021년 대비 20% 감소한다고 해도 특별히 나쁜 것은 아니다.하지만 달러 표시 국제 비교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국력의 지표'가 된다.
노구치 유키오(野口纪紀雄) 일본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통화 가치 하락은 '국력'을 떨어뜨린다.해외에서 인재를 유치해 경제성장을 저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달러당 140엔으로 계산하면 연평균 임금은 3만 달러로 1990년 전후로 되돌아간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일본에서 일할 수 있는 매력은 떨어지고 있다.
올해 달러 대비 평가절하폭을 보면 엔화가 한국 원화보다 높고, 달러 표시 평균임금은 한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2011년에는 2배 차이가 났다. 하지만 물가 차이를 고려한 구매력 평가로 계산하면 이미 역전됐다.
세계 경제를 뒤흔든 에너지 가격 인상도 통화가치 하락국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원유선물의 대표적인 지표인 달러 표시 WTI(웨스턴 텍사스산 중질유)는 지난해 말보다 13% 올랐다.
엔화 표시인 도쿄상품거래소의 원유 선물(거래가 가장 활발한 결산월)은 33% 올라 상승폭이 더 컸다.
과거 엔화 약세 국면의 특징은 외국인 베팅업체의 수익증대에 일본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외국인은 2022년 1~8월 일본 주식을 2조7000억엔어치 순매도했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통화완화에 나서면서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던 2013년 1~8월 9조1000억엔 넘게 순매수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프랑스 컴제스트자산운용의 리처드 카예는 "구매 비용 증가를 가격에 전가할 수 없어 기업 이익이 떨어지는 사례가 있다"며 부정적 영향을 경계했다.
외국인이 투자성적을 평가하는 데 쓰는 달러 표시 기준으로 닛케이평균주가는 올해 23% 하락해 연간 낙폭으로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4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해외 투자자별로는 일본 자산의 가치가 급감하고 있다.
엔화 약세는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해외 직접투자와 관광객의 유인이 된다.경기부양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엔화 약세를 추구하는 정책 아래 IT(정보화기술) 투자 부족 등으로 산업 경쟁력이 떨어졌다.
고노 류타로(河野龍太郞) BNP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 가치를 유지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기업이 늘어나 전반적인 생산성이 떨어져 임금 부진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와 통화완화의 버팀목에 지나치게 의존해 개혁에 소극적이면 국력 저하도 멈출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