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 현상에 의해 찻잎이 하얗게 보여
중국차에 대해서 아는 체하려는 사람 진땀 나게 만들기 딱 좋은 차가 바로 안길백차다. 떡하니 백차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데 녹차라니…
6대 다류의 분류는 만드는 공정에 의하는 데, 발효(산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살청(杀青) 공정을 초기에 하기 때문에 녹차로 분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왜 백차라는 이름을 붙일까?
그건 바로 이 차를 만드는 유일한 품종인 백엽1호(白叶一号)와 연관이 있다. 모든 차나무의 이른 봄의 새싹과 여린 잎은 짙은 녹색이 아니라 연한 연두빛을 띠게 된다. 하지만 이 백엽1호라는 품종은 초봄의 온도가 23℃를 넘지 않는 조건에서는 유난히 하얀 빛을 나타내는 백화(白化) 현상을 보인다.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엽록소가 제대로 생성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돌연변이 현상이다. 이 품종의 모수(母树)를 백차조(白茶祖)라 부르는데, 절강성(浙江省) 안길현(安吉县)의 해발 800미터의 산 위에서 발견되었다. 이 나무의 특성을 잘 간파하여 성공적으로 육종해 낸 것이 바로 백엽1호 품종이다.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우수
안길백차의 이름이 드높은 이유는 특이한 외관 때문만은 아니다. 이 차는 다른 녹차들에 비해 감칠맛을 주는 아미노산 함량은 높은 반면에, 쓴맛과 떫은 맛을 내는 차 폴리페놀 함량은 낮은 편이다. 거기다 유념이 없는 공정 특성까지 합해져서 부드럽고 편안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차로 인식되고 있다.
제조 공정은 비교적 단순하다. 등급에 따라 일아일엽(一芽一叶)에서 일아삼엽까지 채엽한 후 시들리기(위조, 萎凋)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향기 성분도 올라가고 전체적인 차맛도 좋게 된다.
살청과 모양 만들기는 이조기(理条机)라는 기계 설비를 쓰면 된다. 1998년부터 안길백차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쓰기 시작한 새로운 명차이기에 전통적인 생산 방식이나 전수공 방식 등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
효율성이 높은 기계를 써서 모양 좋고 맛있게 만들어 내기만 하면 된다. 두 차례에 나눠서 열풍으로 건조하는 홍건기(烘干机)로 최종 건조까지 마치면 완성된다.

생산지까지 당일 여행도 가능해
이 차가 생산되는 곳을 가려면 상해에서 200km 떨어진 안길현 계룡향(溪龙乡)으로 가면 된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저녁 좀 늦게 돌아온다면 당일 여행으로도 가능하다. 가는 길에 산등성이를 보면 대나무 밭이 많이 보인다. 와호장룡이라는 영화의 촬영지가 된 곳도 안길현 어딘 가에 있다.
계룡향에 도착하면 왁자지껄한 생엽(生叶) 교역시장이 보인다. 차농들이 각자의 차밭에서 수확해 온 찻잎들을 판매하는 곳이다. 백화된 정도 등 품질에 따라 가격 흥정이 저녁 늦게까지 이루어진다. 바로 주변에는 소규모의 차 공장들도 즐비한데, 찻잎을 구매해서 갖다 주면 완성된 차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공장에 맡기기도 하고, 또 일부 사람들은 기계 자체까지 통째로 빌려서 본인이 직접 차를 만들어 가져가기도 한다.
안길백차가 인기를 얻으니 백엽1호 품종을 중국 내 다른 지역에 심어서 새로운 차를 출시하기도 한다. 중경시(重庆市)의 봉절백차(奉节白茶), 사천성(四川省)의 청천백차(青川白茶)가 있고 호남성(湖南省)과 귀주성(贵州省)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안길에서는 요새 우유향이 난다는 안길황금아(安吉皇金芽) 또는 내백차(奶白茶)도 활발하게 생산을 하고 있다. 안길백차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품종으로 새로운 차를 개발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안길백차를 마시려면 유리컵이 제격이다. 백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온전하게 보전된 찻잎 모양도 감상해야 한다. 상해의 수돗물이 아닌 경도가 낮은 물을 써서 안길백차 본연의 감칠맛을 잘 느껴보도록 해 보자.
진제형 차 전문 칼럼니스트 jhyong@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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