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재향군인회 회장. [사진=뉴시스]
김진호 재향군인회 회장. [사진=뉴시스]

내년 4월로 예정된 국내 최대 안보단체 재향군인회(향군)의 회장 선거를 앞두고 김진호 회장의 재선 출마설과 함께 재선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위기가 감돈다. 

재향군인회상조회(향군상조회)가 ‘라임 사건’ 로비 핵심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상조회를 헐값매각했다는 의혹의 주요 인물로 김진호 회장이 지목되면서 그의 구속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군은 예비역으로 구성돼 정회원만 약 130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안보단체다. 

앞서 라임사태의 키맨으로 지목되는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이 2000억원대의 자금을 움직이며 청와대 뿐 아니라 여,야 의원들, 금감원, 검찰 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홍 회장이 필리핀으로 도피하면서 빼돌린 자금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페이퍼컴퍼니로 흘러 들어갔고, 검찰은 김봉현 전 회장이 재향군인상조회를 인수하는데 이 자금이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봉현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2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 11부(이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향군상조회 전 부회장 장모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상조회를 인수한 뒤 김봉현 전 회장과 함께 상조회 자산 378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장씨가 '(내가) 향군회장의 오른팔이다. 향군 상조회를 사려고 3년을 공들였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김봉현 회장은 "(향군 상조회 매각을 위해) 장씨에게 리베이트 비용으로 32억원을 건넸고, 그 외에 8억원, 현금 2억원을 추가로 줬다"면서 "장씨가 '향군 회장을 만난 뒤 향군 상조회 매수가격을 320억원으로 써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봉현 회장은 리베이트 비용으로 총 42억원을 썼으며, 김진호 회장을 통해 향군 상조회 매수가격(320억원)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향군 상조회 매각에 처음부터 김봉현 회장측과 향군 지도자층의 검은 커넥션이 있었을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향군은 당시 "우리(향군)의 명예를 걸고 해당 의혹은 완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라임사태' 관련자들이 로비 명목으로 향군에 거금을 썼다는 녹음파일이 공개돼고 관련자들이 줄줄이 기소되면서 향군 주변에선 "김진호 회장의 재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라임펀드에 투자했다가 8억여원의 피해를 본 방송인 김한석씨가 공개한 장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의 녹취록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다. 

장 전 센터장은 "이 회장(김봉현 회장)이 로비를 되게 잘하거든요. 정말 로비할 때 어마무시하게 써요, 돈을. 여기(향군 상조회)를 한 거예요. 로비가 된 거예요. 내일 (우선협상대상자를) 따낼 거예요"라면서 "두 번째는 가령 (향군의 또 다른 자산인) 중앙고속, 그리고 금강휴게소. 이걸 하자. 들어가서 붙일 거예요"라고 말했다. 

해당 녹음파일에 대해 향군은 이날 "녹음 자체가 불법"이라며 "김한석씨 녹음 파일 내용은 잘 모른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난해 8월 김진호 회장의 임기를 단임제에서 중임제로 바꾸는 개정안이 시·도회장으로부터 추진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재향군인회가 국가 안보정책에 대한 조언과 필요시 정부에 반대의견도 제시할 수 있으려면 향군 지휘부 본회장의 안정된 임기가 중요하다는 명목이다. 

향군정관에 따르면 기존 회장의 임기는 4년 단임제로 한 번 선거를 통해 회장에 당선되면 재선임할 수 없다. 만약 중임제로 개정된다면 임기가 만료된 이후에도 다시 선거를 통해 회장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이상기 향군정상추진위원회장은 "그간 향군회장 선거시 군 고위장성 출신들의 비리 문제로 큰 문제가 발생하자 지난 2014년 박세환 회장 시절 회장 임기 ‘3년에 연임 1회’를 ‘4년 단임’으로 개정한 바 있다. 이를 다시 중임제로 바꾸는 것은 다시 악의 고리를 스스로 묶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본회를 제외한 시·도·군·구 회장은 40~50대 임기를 시작해 종료시 60대에 불과하지만, 김진호 회장은 현재 80세로 임기가 종료하면 82세의 초 고령인데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진호 회장에 앞서 조남풍 전 회장은 2015년 4월 제 35대 회장에 당선된 지 얼마 안 돼 같은해 12월 배임 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의 비리로 내분이 발생해 약 1년 7개월간 회장 공백상태로 이어오다 2017년 8월 향군의 새 회장으로 김진호 회장이 당선된 것이다.

향군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향군 관계자는 "내년에 있을 선거 관련 말들이 벌써부터 나오지 않는다"며 "김진호 회장 출마 의지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애초에 회장 임기를 단임제로 바꾼 것 자체가 향군의 자존심을 건드린 문제다"라며  “향군의 모든 직위의 회장들은 중임으로 돼있으나 유독 본회장의 임기만 단임이어서 형평성에 맞지 않아 중임제로 바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들은 "향군의 위기는 곧 국가 안보의 위기"라며 "검찰리스크로 발묶인 김진호 회장이 재선에 성공하는 것은 그야말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꼴"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국내 최대 안보단체의 검찰리스크로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지만 향군 관계자는 이날 "향군과 국민은 아무상관 없다"며 "향군들끼리 회장 뽑는게 국민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김진호 회장에게 상조회 전 부회장 장모씨와 전 부사장 박모씨 등과 손잡고 수백억대 상조회 자산을 횡령한 혐의를 적용해 재향군인상조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향군은 "지난해 7월부터 압수수색이 진행됐으나 지금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며 "문제가 있었으면 진작 밝혀졌을 것이다. 지금까지 없는 걸로 보아 문제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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