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향군) 제36대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진호 신임 회장(전 합참의장, 예비역 대장, 학군 2기)이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향군) 제36대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진호 신임 회장(전 합참의장, 예비역 대장, 학군 2기)이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라임자산운용펀드(라임) 사태’의 전주로 지목되는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상조회를 인수하기 위해 김진호 향군 회장에게 8억원을 전달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에 향군측은 “완전 사실 무근”이라며 의혹을 일체 부인하고 있지만 앞서 향군 지도자층이 줄줄이 기소됐고 최근 ‘김한석 녹취록’까지 공개된 상황이라 의구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봉현 회장은 지난 9월 2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 11부(이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향군상조회 전 부회장 장모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상조회를 인수한 뒤 김 전 회장과 함께 상조회 자산 378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김봉현 회장은 법정에서 “자신은 전주(錢主)에 불과하며, 향군 상조회 인수와 관련한 중요한 결정은 장씨가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 과정에서 김봉현 회장은 "장씨가 '(내가) 향군회장의 오른팔이다. 향군 상조회를 사려고 3년을 공들였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김봉현 회장은 "(향군 상조회 매각을 위해) 장씨에게 리베이트 비용으로 32억원을 건넸고, 그 외에 8억원, 현금 2억원을 추가로 줬다"면서 "장씨가 '향군 회장을 만난 뒤 향군 상조회 매수가격을 320억원으로 써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봉현 회장은 리베이트 비용으로 총 42억원을 썼으며, 김진호 회장을 통해 향군 상조회 매수가격(320억원)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향군 상조회 매각이 처음부터 김봉현 회장측과 향군 지도자층의 ‘뒷거래’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장씨 측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향군 측은 “우리(향군)의 명예를 걸고 해당 의혹은 완전 사실 무근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향군 관계자는 “비리가 생길 만한 여부가 전혀 없다”며 “국가 보훈처가 주관하는 복지심의위원회에 통과가 되어야 매각이 진행된다. 우리는 절차를 다 밟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우리 간부들은 김봉현 회장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김봉현 회장과 전화 한 통 해본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향군 관계자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앞서 김봉현 회장과 그 일당은 올해 초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라임 자금 등을 동원해 향군상조회를 인수했다. 검찰은 이 일당이 향군상조회를 헐값에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재향군인회 핵심인사들이 이 상조회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상조회 매각대금 일부를 빼돌렸다”는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미 김봉현 회장과 향군 핵심 인사들 간에 커넥션이 있었다는 것은 ‘매각이 체결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알 수 있다. 

또한 '라임사태' 관련자들이 로비 명목으로 향군에 큰 돈을 썼다는 내용의 녹음파일도 공개됐다. 라임펀드에 투자했다가 8억여원의 피해를 본 방송인 김한석씨가 공개한 장아무개 전 대신증권 센터장의 녹취록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장 전 센터장은 "이 회장(김봉현 회장)이 로비를 되게 잘하거든요. 정말 로비할 때 어마무시하게 써요, 돈을. 여기(향군 상조회)를 한 거예요. 로비가 된 거예요. 내일 (우선협상대상자를) 따낼 거예요"라면서 "두 번째는 가령 (향군의 또 다른 자산인) 중앙고속, 그리고 금강휴게소. 이걸 하자. 들어가서 붙일 거예요"라고 말했다. 

장씨는 2000억원이 넘는 투자액을 모으며 투자자들에게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김봉현 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김진호 향군 회장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김봉현 회장은 "장씨가 '향군 회장이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데, 이 돈을 안 빌려주면 향군 상조회와 중앙고속 인수에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면서 "상조회 인수자금 납부기일 이틀 전인 2020년 1월14일 장씨에게 (8억원을) 줬다. 2020년 4월23일 체포될 때까지 도망 다니느라 힘든 상황이었지만 어렵게 (돈을) 마련해서 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당시 도주 중이었던 김봉현 회장의 상황과 향군 상조회-중앙고속 인수라는 대가성이 있었음을 고려할 때, 김봉현 회장이 건넸다는 8억원은 빌려준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차용증을 썼는지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지불했는지를 살펴보면 8억원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로비였던 것이다.  

이러한 김봉현 회장의 진술에 대해 향군 관계자는 “황당하다”며 “이는 김봉현 회장이 형량을 낮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향군 관계자는 “만약 이러한 로비가 있었다면 지금 김진호 회장이 이 자리에 어떻게 있겠냐”며 “김진호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월 18일, 김봉현 회장에게 돈을 받고 금융감독원의 라임 관련 문건을 전달한 전 청와대 행정관 A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또 스타모빌리티 대표 B씨는 청와대 수석에게 청탁해 금감원의 라임 감사를 무마하겠다며 김봉현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여기에 김봉현 회장의 증언과 김한석의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검찰 주변에서는 “향후 검찰이 김진호 회장을 정조준해 구속영장 청구 등 고강도 수사를 벌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말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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