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송영길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의 현지 동성 직원 성추행 의혹에 대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송 의원은 “남자끼리 엉덩이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두고 “괜히 더듬어만지당이겠나”는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 의원이 외교관 성추문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기사를 올린 뒤 “의원이 이런 인식을 가졌으니, 그 당에서 성추행 사건이 줄줄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괜히 더듬어만지당이겠나”라며 비꼬았다.

앞서 송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현했다. 그는 진행자의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외교관의 처리 문제에 가닥이 잡혔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문화의 차이도 있다고 본다”면서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치고 엉덩이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뉴질랜드는 동성애에 대해서 상당히 개방적인 곳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주뉴질랜드 대사도 남성, 자기 부인이 남성으로 동반해서 근무하고 있다”며 “(성추행 피해자도) 여성직원이 아니라 40대 초반에 180cm, 덩치가 저(송 의원)만한 남성직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분이 가해자로 알려진 영사하고 친한 사이였다. 그냥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치고 엉덩이 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그 남성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외교관을 뉴질랜드로 송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은 오버(과하다)라고 보여진다”며 “(뉴질랜드)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 속에서 이런 문제(송환) 제기를 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뉴질랜드 정부는 한국 외교관 A씨가 지난 2017년 12월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현지인 남자 직원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그에 대한 직접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A씨는 뉴질랜드 사법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기 전 임기 만료로 2018년 2월 뉴질랜드를 떠났고, 이후 외교부 감사에서 이 문제가 드러나 지난 2019년 2월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피해자가 지난 2019년 10월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했고, 뉴질랜드 사법 당국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한국 정부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 측의 비협조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 이에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관련 문제를 제기하자 외교부는 필리핀에서 근무하고 있던 A씨를 최근 귀국 조치했다.

이같은 송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연이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 외교관을 질타하고,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한 외교부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 국회 외통위원장이, 여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막무가내 논리를 앞세워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정부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황 부대변인은 이어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여당 국회의원의 왜곡된 인식이 한없이 황당하다. 어떻게든 정부 편을 들어보려는 대한민국 외통위원장의 궤변이 한없이 부끄럽기다”고도 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송 의원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성추행은 말 그대로 성추행”이라며 “문화적 차이를 운운한 그 자체가 성추행을 옹호한 행동이며, 성폭력에 무감각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조 대변인은 “피해자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 만큼 한국 정부는 성추행 혐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