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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전e 신승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활발해 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취임 이후 첫 공식 나들이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자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1만여명의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그 자리에서 밝혔다.

이후 SK브로드밴드가 하청 대리점 직원 5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고, 롯데와 신세계도 정규직 채용 계획을 내놓았다.

금융권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씨티은행이 무기계약직 300여명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발표했고, NH농협은행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왜 큰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을 꺼려왔을까?'

전세계적으로 경제상황이 불안한 상황 속에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중 · 장기적으로 경영안정을 꾀하기 위해선 노동유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제법 설득력 있는 논리일 수 있다. 하지만 모순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복지가 나빠지면 그들의 지갑은 얇아지게 되고 소비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소비 수요가 줄어들면 내수경기가 침체되고 결국 기업들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기업이나 보수정권들이 가장 강조하는 게 '수출' 이었던거다. 수출을 해야 경영성과가 높아지고 나라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수치상으로 좋아질 수 있겠지만, 이것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내수시장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폴 그루그먼'도 '불황의 경제학'에서 내수시장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왜 이같은 모순된 경영을 이어왔을까?

그들은 기업이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6월 기준으로 국내 10대 재벌기업의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사내유보금이른바 '여웃돈'은 550조원을 넘어섰다.  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만 86조원에 달한다.

물론 유보금이란 투자를 위해 비축할 수도 있고 적자시 임직원들의 인건비로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금고에 넣어둔 돈이 너무 많다.

지난 정부는 기업에게 투자와 배당, 임금 인상 등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2015-2017)를 시행하기까지 했다.  대기업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그랬더니 대기업은 2015년 환류금액 139조 5천억원 중 100조원을 투자했고 주주배당에 33조 8천억원을 썼다. 노동자들의 임금 증액엔 4조 8천억원을 지출했다.

결국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유보금 사용을 유도했더니 '주주배당'에 전체금액의 25% 이상을 쓴 것이다. 주주배당으로 가장 배를 불리는 사람은 바로 대기업 오너와 그 일가족이다.  

기업이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조직적인 경제단위 이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조직적인' 이다.

물론 자본을 갖고 처음 기업을 세운 '오너'가 직원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직원-노동자가 없이는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국민이 없이 국가는 없는 것과 같다.

아무리 좋은 감독이 있는 스포츠 팀이라도 선수가 없이는 경기를 할 수 없다. 또한 돈을 주고 티켓을 사서 게임을 보며 응원해주는 관중이 없이는 스포츠 팀은 존재할 수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특출한 오너-CEO가 있더라도 직원이 없이는, 그 회사의 제품을 사주는 고객이 없이는 그 기업은 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직원은 단순히 고용한 사람이 아닌 동반자이다' 이러한 인식은 외국에선 보편적이다.

핀터레스트는 유급휴가를 무제한으로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고,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는 직원원들이 대학을 갈 경우 학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직원 복지로 유명한 미국 구글사는 사망한 직원의 유가족에게 10년간 매년 연봉의 절반을 지급하고 있다.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만 19세가 될 때까지(대학생이 되면 만 23세까지) 매달 1천 달러의 학자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정규직 전환이라도 해 달라고 투쟁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에겐 꿈 같은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꼭 '직원은 동반자'라는 인식은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직원의 마음을 헤아려준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평범한 직장인 황인열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수학여행을 떠난 딸 지연양이 탄 배 -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것이었다.

황씨는 곧바로 회사에 사표를 내고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황씨가 몸담았던 회사인 동양피스톤의 홍순겸 회장은 사표를 반려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심정을 우리가 감히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사표문제는 나중에 이야기 합시다."

황인열씨의 딸은 사고 발생 103일이 지난 후 시신으로 발견됐다. 동양피스톤은 안타까운 소식에 함께 슬퍼했고, 황인열씨가 안정될 때까지 7개월간 급여를 지급하며 더 기다려줬다.

'사람이 먼저다.' 우리 대기업 경영자들이 항상 머리에 새겨야 할 글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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