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연동 토큰이 시장 장악, 유럽 “통화 주권 위협” 경고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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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제지 레제코(Les Échos)는 10월 4일 보도에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시가총액이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보다 거래량이 많아지며 암호화폐 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2025년 3분기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약 20%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트코인 역시 같은 기간 9.6% 상승해 시가총액이 2조4,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현재 시장은 여전히 몇몇 대형 발행사가 주도하고 있다.

테더(USDT) 는 시가총액 1,760억 달러, 점유율 58%로 1위를 차지했고, 서클(Circle)USD코인(USDC) 이 740억 달러로 2위에 올랐다. 메이커다오의 다이(Dai) 와 에테나(Ethena)**의 USDe 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중심은 여전히 달러다. 코인타이거(CoinTiger) 통계에 따르면,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의 99% 이상이 달러에 연동되어 있다.

반면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2억5,7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달러 중심 구조에 대해 유럽중앙은행(ECB) 은 우려를 표시했다.
ECB는 “달러 표시 토큰이 미국의 통화 패권을 강화하고, 유럽을 워싱턴에 종속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는 EU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해외 기관이 관리하는 ‘다중 발행 모델’ 금지를 권고했으며,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 구조가 은행 시스템 수준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운영 메커니즘은 발행사가 각 토큰에 상응하는 유동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자산의 대부분은 단기 미국 국채로, 이로 인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미국 국채의 주요 매입자로 부상했다.

테더는 2025년 2분기 기준 1,27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과 호주보다 많은 규모다.

테더는 2024년에 130억 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으며, CEO 폴 알도이노는 “수익률이 99%에 달한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본래 가격 안정성을 목표로 만들어졌으며, 암호화폐 거래소 간 자금 이체나 변동성 헤지 수단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최근에는 국경 간 결제, 탈중앙화 금융(DeFi),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심한 국가들의 ‘디지털 달러’ 대체 수단으로 응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100배 이상 증가했다.
2024년에는 스테이블코인의 연간 이체액이 27조6,000억 달러에 달해 Visa와 Mastercard 같은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 중 대부분은 실제 결제 활동이 아닌, 내부 이체나 투기성 거래로 구성되어 있다.

씨티은행의 '2030 스테이블코인 보고서'는 실제 거래 규모가 약 18조4,000억 달러이며,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그중 약 1%만이 실질 결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비자(Visa)의 글로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담당 책임자 캐서린 구(Catherine Gu) 는 “스테이블코인의 중앙은행 채택은 아직 매우 초기 단계”라며, “0~10점으로 본다면 현재는 0.5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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