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사장, 백악관 면담 예정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8월 11일 보도에서 엔비디아(Nvidia)와 AMD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H20 웨이퍼와 MI308 웨이퍼의 수익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는 두 회사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반도체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체결한 전례 없는 조치로, 미국 정부는 해당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수출 통제 전문가들은 기업이 수출 허가 조건으로 수익 일부를 정부에 납부하는 사례는 없었다며 이번 합의의 이례성을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피하고 고용과 자본을 미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기업에 미국 내 투자를 요구하는 방식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금융 서비스사 밴티지 마켓의 분석가 헤비 첸(Hebe Chen)은 이번 조치가 미중 무역 협상에서 미국의 전략적 카드가 될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워싱턴의 핵심 기술 분야 장악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자국 반도체 자립과 시장 점유율 확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웨이퍼세’를 도입하면 일부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될 수 있으나,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와 AMD는 중국 시장의 수출 제한 이전 수준으로 주문이 회복되더라도 생산 능력 재구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내에서는 H20 웨이퍼 사용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8월 10일, 중국 CCTV 산하 매체 ‘위위안탄톈’은 H20 칩이 원격으로 작동을 중단할 수 있는 등 안전 위험이 있으며, “안전하지 않고, 선진적이지 않으며, 환경 친화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월스트리트 저널》은 인텔(Intel) 사장 천리우가 8월 11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천리우는 인텔과 미국 정부의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자사 제조 역량을 국가 안보 의제에 포함시킬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그는 말레이시아 출신의 미국 기업가로, ‘반도체 창업 투자의 대부’로 불리며 수백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천리우가 개인 벤처 펀드를 통해 최소 2억 달러를 중국 첨단 제조·웨이퍼 기업에 투자했으며, 일부는 중국 군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천리우의 즉각 사임을 요구하며, 그의 중국 관련 투자 경력이 이해 충돌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