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전 세계가 지금 플라스틱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로 인한 건강 피해는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대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의학 저널 '랜싯(The Lancet)'에 게재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이 매년 전 세계 38개국에서 '1조 5천억 달러(약 1조 9,300억 싱가포르 달러)'에 달하는 건강 피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현재 플라스틱 오염 위기의 주요 원인을 생산량 증가로 지목했다. 1950년 이후 플라스틱 생산은 200배 이상 증가했으며, 2060년까지 연간 10억 톤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음료수 병, 패스트푸드 용기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플라스틱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비롯되며, 채굴-생산-사용-폐기의 모든 단계에서 환경과 인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 플라스틱 입자는 대기, 수질, 해양 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분해가 어려워 오랜 시간 환경에 잔존한다. 이렇게 생성된 미세 플라스틱은 식품 섭취나 호흡을 통해 인체에 유입되고 있으며, 심혈관 질환, 암, 호흡기 질환 등과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
보고서의 수석 저자이자 미국 보스턴 칼리지의 소아과 및 전염병 전문의 필립 랜드리건 교수는 “플라스틱 오염이 특히 취약 계층인 영유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전 세계가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플라스틱이 사회 전체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고 있으며, 인간과 지구 건강을 보호하는 국제 협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유엔은 이달 안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플라스틱 감축 협약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협상이 될 가능성이 크며, 현재 100여 개국이 플라스틱 생산 제한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 수출국들의 반대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한편 플라스틱 산업과 석유국가는 생산 감축보다는 재활용 확대를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의 화학 구조가 복잡해 재활용이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현 시점에서 재활용만으로는 플라스틱 위기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현재까지 연구진은 혈액, 태반, 모유, 정액, 뇌, 골수 등 인체의 다양한 조직에서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발견했으며, 이로 인한 건강 영향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졸중, 심장질환 등과의 연관성은 이미 입증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저렴한 소재로 알려져 있으나, 과학자들은 “건강 비용까지 포함하면 플라스틱은 결코 싼 자원이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특히 PBDE, BPA, DEHP 등 세 가지 플라스틱 화학물질은 38개국에서만 연간 최대 1조 5천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전 세계는 지금, 플라스틱과의 전면전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