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들어 유럽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면서,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고온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AFP 통신은 1일 보도를 통해 유럽 각국이 선보인 폭염 대응책을 소개하며, 무더위 속에서도 창의적이고 인도적인 접근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특히 고령층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베네치아에서는 75세 이상 노인들에게 냉방이 설치된 박물관과 공공건물에 무료 입장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로마는 70세 이상 시민에게 시립 수영장을 무료 개방했다. 나폴리의 병원들은 열사병 환자들이 신속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용 응급 통로를 운영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등 도시의 학교들은 ‘열대 일과표’를 도입해 등교 시간을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로 단축하고, 학생들의 수분 보충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고온 휴가’ 제도를 유지해 왔다.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오후 수업을 취소하고 학생들을 조기 귀가시키는 방식이다.
스페인은 이례적으로 고온과 가정폭력 간의 연관성에 주목해, 폭염기 여성 폭력 피해 예방 대책을 가동했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위험군을 식별하고, 필요시 조기 개입에 나서는 구조다. 스페인 평등사무부는 2023~2024년 발생한 여성 살인 사건의 40% 이상이 여름에 집중됐다고 밝혔으며, 내무부는 고온이 인간관계 내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는 자선단체의 협력 아래, ‘기후 오아시스’라 불리는 냉방 쉼터 23곳을 운영 중이다. 해당 공간에서는 음료와 간식이 무료 제공되며, 의료 자원봉사자들이 상주하는 전용 의료버스도 마련돼 있다.
프랑스는 전국 4만 5천여 개 학교 중 1,350개 학교가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휴교했다. 파리는 시민들을 위해 공원과 정원을 24시간 개방하고, 일부 수영장의 운영 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또한, 올리언스 등 일부 도시는 박물관 무료 입장을 통해 실내 피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유럽 각국은 더위에 취약한 계층을 우선 보호하되, 일상 속에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올여름 유럽을 강타한 폭염은 단순한 날씨 현상을 넘어, 사회 전반의 적응력과 연대 정신을 시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