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전례 없는 활기를 띠고 있는 일본 관광업이 심각한 가이드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여행사들이 단체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는 일본 관광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에 경고등을 켜고 있다.
일본에 등록된 공인 가이드는 약 2만 7천 명이며, 이 중 60% 이상이 60세 이상의 고령층이다. 일본 정부는 단체 관광 시 국가 또는 지방의 인증을 받은 가이드만을 허용하고 있어, 가이드 확보는 업계 전반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국가 자격증을 보유한 ‘전국 가이드’는 일본 전역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할 수 있으며, 지역 자격증을 가진 ‘지역 가이드’는 특정 지방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신규 가이드 진입은 급감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시험 합격자는 380명에 불과해 지난 20년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당국은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가이드들이 업계를 떠나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하는 업종으로 전직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업계는 구조적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실제로 ‘트루 재팬 투어’와 같은 대표 여행사의 가이드 수는 최근 5년간 약 30% 감소했다. 여행업계에서는 “가이드는 단체 여행의 영혼”이라며, 특히 일본이 지방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자격을 갖춘 전문 가이드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작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600만 명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무면허 가이드의 단체 여행 금지 규정을 완화하는 법 개정에 나섰으며, 동시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가이드 서비스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를 계기로 주변 도시의 관광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효고현 히메지시에서는 비영리단체와 스타트업이 협력하여 자동 가이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였다. 이 앱은 관광객의 위치를 감지해 히메지의 주요 관광지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음성 안내를 제공하며, 여러 언어를 지원해 실시간 통역보다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술 의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관광청 산하 연구팀의 우에스기 메구미 명해대 교수는 “관광의 핵심은 고품질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며, 기계 번역이나 자동화 기술만으로는 이를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고령 인구를 새로운 인력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본격화되고 있다. 오사카 사카이시에서는 ‘NPO 사카이Pola’가 퇴직자를 전문 가이드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단체의 가와카미 유 단장은 “현재 200여 명의 팀원이 있으며, 대부분이 전직 교사와 공무원으로 구성돼 교육과 안내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정기적인 외국어, 스피치, 에티켓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관광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는 수요와 구조적 문제 사이에서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AI와 퇴직 인력을 활용한 새로운 접근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