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경제 구조의 재균형을 추진하고 가계 소비 확대를 요구받는 가운데,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인 부진과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중국 소비는 세계 경제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줄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절대 규모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소비 시장이다. 팬데믹 이전 20년간 중국 소비 지출의 실질 복합 연간 증가율은 9%에 달했다는 BCA 리서치의 데이터는 이러한 성장을 수치로 입증한다. 로리 그린 TS롬바드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양과 가치 측면에서 거의 모든 소비재의 최대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내수의 저력은 수출 의존을 줄이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카이투 국제 거시경제 컨설팅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의 소매 판매액은 대미 수출의 10배를 초과한다. 이처럼 내수시장의 확대는 세계 수요 충격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 역시 주목된다. 홍콩과기대 진커위 이코노미스트는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여행, 야외 체험, 게임 등 여가 소비에 적극적이며, 35세 이하가 소비 신용대출의 주류”라고 지적했다. 이는 장기적인 소비 문화의 성숙과 정착을 시사한다.
가계의 재무 여건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영국 절대전략연구소의 애덤 울프는 “집값 하락으로 인한 자산 공백을 가계가 은행 예금으로 보완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됨에 따라 안전자산 수요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소비 심리는 실제로 개선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1분기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52%가 자유지출 항목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1년 내 최고 수치다. 이에 더해 중앙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지급준비율 인하, 자본시장 활성화 조치, 임금 인상과 육아수당 확대 등의 정책이 소비 여건을 보완하고 있다.
도시화 역시 소비 확대를 이끄는 장기적인 추동력으로 꼽힌다. 현재 인구의 3분의 2가 도시 지역에 거주하며, 지속적인 도시 인구 유입은 서비스 소비와 가계 소득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신질적 생산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집중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성장과 함께 고용 및 소득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드니대 중국연구센터의 데이비드 굿맨 소장은 “베이징은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장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입증해왔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소비는 단지 회복이 아닌 재도약의 전환점에 서 있다. 성장의 방향키는 여전히 베이징의 정책 손에 쥐어져 있으며, 그 실행력이 미래 소비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