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전 세계 극장 티켓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9% 감소하며 영화 산업의 회복세가 정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유럽 시장은 비교적 선방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AFP 통신에 따르면, 유럽시청각감시기구는 5월 16일 칸 영화제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 기구의 마틴 칸츨러는 “올해 전 세계 영화관에서 약 48억 장의 티켓이 팔려 총 280억 유로의 수익을 기록했다”며 “2023년보다 약 5억 장 적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2020년 이후 극장 산업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였지만, 2024년 들어 그 상승 곡선이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칸츨러는 “우리는 어쩌면 회복의 정점에 도달한 것일 수 있다”며 “전 세계 좌석 점유율은 2019년 68%에서 2023년 70%로 상승했지만, 2024년에는 다소 둔화된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유럽 시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 유럽의 극장 티켓 판매량 감소율은 1.7%에 그쳤으며, 이는 글로벌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특히 프랑스와 아일랜드는 1인당 극장 수와 관객 수 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유럽의 좌석 점유율은 2019년 기준 75%로 세계 평균보다 높았다.
2024년 전 세계 영화 제작량 중 81%는 미국, 중국, 인도에서 나왔으며, 이들 국가가 여전히 글로벌 영화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자국 시장뿐 아니라 광범위한 국제 유통망을 기반으로 영화 수출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대부분의 콘텐츠를 자국 시장에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유럽에서는 전체 관객의 63%가 미국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산 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33%에 이르며, 이는 최근 4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유럽시청각감시기구의 마누엘 피오로니는 “올해는 유럽 영화 산업에 있어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4년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영화 20편 중 18편이 미국 영화였으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가 흥행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상위 2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유럽 영화는 단 두 편에 불과했으며, 모두 프랑스에서 제작된 더 머스트 어폰 어 타임 인 크라이스트처치와 크리스천 백작이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영화 시장의 회복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며, 향후에는 콘텐츠 다양성과 지역 제작 역량의 강화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