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주요 경제 대국들의 성장세가 주춤하며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월 1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미국과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회복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독일과 프랑스 역시 성장률이 0에 가까운 수준에 머물며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16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물가 상승을 제외한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7% 감소하며 4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일본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고, 물가 상승에 따라 식품 지출이 줄어드는 모습이 뚜렷하다. 경제재생담당상 아카자와 료마사는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설비 투자는 1.4% 증가하며 디지털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일정 수준의 견조함을 유지했다. 그러나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의 2분기 성장률 역시 -0.2%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며, 단기적인 반등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미국 경제도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며 충격을 안겼다. 이는 12분기 만의 첫 역성장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등 대등한 관세 부과에 앞서 수입업체들의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입이 급증했고, 이로 인해 GDP 산정상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개인 소비는 자동차 구매 증가 등으로 1.8% 늘었지만, 지난해 4분기의 4% 증가율에 비해 확연히 둔화됐다.
유럽 주요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은 에너지 안보 위기와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 팬데믹 회복 지연으로 인해 2024년까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연 0.8% 성장하며 일시적 반등을 보였으나, 불확실성 속 독일 가계의 소비 성향은 저축 쪽으로 쏠리고 있다. 프랑스는 1분기 연 0.5% 성장하며 작년 4분기(-0.3%)보다는 다소 회복세를 보였다.
세계 각국은 미국에 관세 정책 조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러한 지연은 세계 경제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각국의 성장 둔화를 장기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자체도 수입비용 급증, 인플레이션 재상승, 소비자 신뢰 하락 등 여러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일본은 미국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 7대 자동차 제조업체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에 미국 정책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총 1조 7천억 엔(약 117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며, 혼다와 도요타는 각각 6,500억 엔, 35%의 이익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미중 간 관세율 인하 합의가 성사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향후 3년간 세계 GDP를 약 0.35%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강대국의 정책 변화가 세계 경제 질서에 큰 파장을 미치며, 글로벌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중장기 성장 잠재력마저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