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은 대량 생산과 낮은 품질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저렴하고 범용적인 제품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가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엔 그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 이제는 중국 브랜드의 제품을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필리핀 출신의 24세 디지털 마케팅 컨설턴트 클레어 카리요는 그중 한 명이다. 그녀는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몇 시간씩 줄을 서서 ‘팝마트(Pop Mart)’의 한정판 장난감을 손에 넣는다. 그녀가 말한 장난감은 '눈물 공장' 시리즈로, 성별이 없는 캐릭터가 붉은 뺨과 찡그린 눈썹, 커다란 눈물방울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 특징이다. “작은 선물을 받는 기분이에요. 그게 절 행복하게 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카리요의 이야기는 결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틱톡에서 ‘팝마트’를 검색하면 수만 개의 언박싱 영상이 쏟아진다. 해외 팬들은 매진된 상품을 찾아 자동판매기, 팝업 스토어, 다른 국가의 매장을 순례한다. 페이스북 커뮤니티나 위챗 그룹에서는 신제품 출시와 재입고 시간까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팝마트의 인기를 설명하는 데 있어 핵심은 단순한 ‘귀여움’만이 아니다. 중국과 홍콩에서 소비자 연구 회사를 운영하는 애슐리 두달레노크는 “팝마트는 감정을 읽는 브랜드”라고 설명한다. 구매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반항일 수도, 도피일 수도, 혹은 지친 일상에 대한 위로일 수도 있다. 팝마트의 장난감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개인의 감정과 정체성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이라는 의미다.
미국 에모리 대학교의 에리카 킨자카 조교수 또한 이러한 장난감이 실용적이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에 상상력과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말한다. 팝마트는 ‘블라인드 박스’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한다. 어떤 캐릭터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자를 여는 순간의 기대감과 놀라움이 브랜드의 매력을 더한다.
두달레노크는 팝마트의 글로벌 성공은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디지털 시장이자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를 가진 나라 중 하나예요.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라면 세계 어디서든 경쟁력을 가질 수 있죠.”
이 브랜드는 이제 하나의 ‘여행 목적지’가 되기도 한다. 호주 출신의 콘텐츠 크리에이터 서맨사 토드는 런던, 도쿄, 싱가포르, 멜버른의 팝마트 매장을 거쳐 상하이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방문했다. 500제곱미터 이상의 매장 면적과 미래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이 공간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팝마트 경험’이다. “예전엔 제가 장난감 때문에 여행을 떠날 줄 몰랐어요,”라고 그녀는 웃었다.
두달레노크는 팝마트의 진정한 매력을 “상자 속의 행복”이라고 표현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손에 쥐는 깜찍한 장난감 하나가, 일상에 감정을 불어넣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제 ‘중국산’은 더 이상 싸구려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누군가의 손 안에서 반짝이는 감성의 조각이 될 수도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