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무역 긴장 고조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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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이번 주, 미국의 대표적인 기술 기업 애플과 메타버스 플랫폼 회사에 대해 ‘디지털시장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을 부과할 예정인 가운데, 이는 미국과 유럽 간 기술·무역 전쟁의 새로운 불씨가 될 전망이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폴리티코·유럽판'은 3월 31일 보도를 통해 유럽연합이 3년에 걸친 조사 끝에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 위반 혐의로 애플과 메타버스 플랫폼을 제재할 것이라고 전했다. 두 기업 모두 과징금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해당 법률이 시행된 이후 첫 번째 벌금 사례로 기록될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애플을 상대로 두 건, 메타버스 플랫폼을 상대로 한 건의 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조사 결과는 이번 주말까지 발표될 전망이다. 애플은 자사 생태계에서 아이폰 사용자에게 대체 서비스 옵션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랐으며, 브라우저 기본 설정 관련 조사 건은 일부 규정 수정을 통해 종료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사용자 데이터 활용 방식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번 조치가 단순한 벌금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타버스 프로젝트에 정통한 한 익명의 관계자는 “유럽연합이 성공한 미국 기업을 고의적으로 압박하면서 자국 및 중국의 경쟁업체에 기회를 열어주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측도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디지털시장법과 같은 EU 규제가 기술 기업의 유럽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며, 이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은 4월 2일부터 새로운 무역 제재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으며, 디지털시장법이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유럽연합의 무역 및 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 마로시 셰프초비치와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의 고위 보좌관 비외른 사이베트는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측과 고조되는 기술 무역 갈등에 대해 협의했다.

애플은 유럽연합 집행위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자사의 입장을 전달했고, 경쟁사인 스포티파이는 EU 무역총국과 논의하며 디지털시장법을 중심으로 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과거부터 애플 앱스토어의 규제에 문제를 제기해 온 주요 기업 중 하나다.

EU 관계자들은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벌금 부과 결정은 기술적·법적 기준에 따라 진행됐으며, 정치적 외압은 주요 고려 요소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디지털시장법이 새롭게 시행된 법인 만큼,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 법적 기준 마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 EU 경쟁 담당 위원 테레사 리베라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연례 글로벌 반독점 변호사 회의에 참석해 미국 법무부 및 연방거래위원회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는 양측 간 법적 조율과 긴장 완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역시 자국 내에서의 법적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4월 중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소송을 심리할 예정이며, 애플을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도 트럼프 임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과 미국 간 기술 규제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디지털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한층 더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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