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팔라완 주정부가 향후 50년 동안 새로운 채광 허가 발급을 중단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또한, 향후 25년 동안 기존 채광 허가의 갱신이나 확대도 금지될 예정이다. 이 결정은 마닐라 중앙 정부에서도 뒤집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팔라완주는 필리핀 남서부에 위치하며,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 보호구역'이다. 또한, 니켈을 비롯한 풍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필리핀 정부가 광업 발전의 핵심 지역으로 주목해왔다. 현재 팔라완주에는 11개의 광산이 운영 중이며, 수십 건의 채굴 허가 신청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과 환경 단체들은 채광 활동이 산림 벌채를 유발하고, 홍수를 증가시키며 원주민 거주지를 파괴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지역 교회의 주도로 시작된 청원 운동은 단 두 달 만에 1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결정에 대해 환경 변호사 안다 씨는 "마닐라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의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며 팔라완 주정부의 권한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기존 광산은 운영을 지속할 수 있지만, 생산량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구역으로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환경단체 '칼리카산 인민환경네트워크'의 카스트로 대변인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이 중대한 승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환경, 특히 팔라완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더 많은 지역에서도 유사한 채광 금지 조치가 내려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필리핀 광업 상공회의소는 팔라완주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상공회의소는 현행 법규가 이미 환경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으며, 채광의 환경적 영향이 과장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팔라완의 채광 허가 중단이 필리핀 정부의 광물 자원 개발 계획과 경제 성장, 민생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필리핀은 올해 5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팔라완 주정부 의원 11명 중 10명이 재선에 도전한다. 만약 대규모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이번 채광 금지 조치가 철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지 주민과 환경 단체의 강한 지지가 이어지는 만큼, 팔라완의 광업 정책이 지속적으로 환경 보호 방향으로 유지될지 주목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