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는 자국 영토가 나폴레옹이나 히틀러 등의 서유럽 세력에 의해 유린된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서유럽 세력의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그에 부화뇌동하고 명령을 수행한 자들도 그 당시 대륙 봉쇄령 위반이나 석유 수급 등 에너지 문제가 있었다.
서유럽이나 동유럽의 나토 국가들도, 특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고, 러시아를 자극한 측면도 있었다.
그렇다고 100만 명의 살상을 초래한 군사적 도발을 일으킨 러시아나 푸틴에게 면죄부가 주어지거나 박수를 치거나, 그 러시아의 도발을 자초한 나토나 우크라이나나 젤렌스키의 손을 들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형사법에는 긴급피난에도 정당방위에도 책임이 없는 피해자도 있지만, 위난을 자초한 피해자도 있기 마련이다.
개인 간에도 상대로부터의 위난이나 공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피난이나 방어 행위에는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
물론 상대에 대한 공격에 있어서도 지켜야 할 선이 존재한다.
폭행에도 일방적인 묻지마 폭행도 있지만, 싸움을 즐기는 비슷한 놈들이 치고받는 쌍방 폭행도 있기 마련이다.
러ㆍ우 전쟁, 이ㆍ팔 전쟁을 보는 눈이든, 그리고 12.3 비상계엄 선포를 보는 눈이든, 어느 일방의 누구만 옳다거나 상대는 책임이 전혀 없고 당당한 존재일까?
개인 간의 쌍방 폭행의 싸움에는 시간이 지나면 서로 사과하고 반성하기 마련인데, 국가나 정당 간의 싸움에서는 그러한 자기반성이 전혀 없고, 승자와 패자만 존재하는 극단적인 살상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개인보다 판단 능력이 못한 국가나 정당의 리더나 팬덤들이 권력을 잡고 싸움을 벌인다면 그 뒷일은 불문가지다.
쌍방 폭행에 대해서는 둘 다 형사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공정에 부합하며, 민사적 책임도 그 고의나 과실의 비율이나 선빵이나 과잉 방위만큼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개인 간의 주먹질에도, 사소한 교통사고에도, 이혼 소송의 위자료 산정에도 그 책임의 법리나 원칙은 예외 없이 적용된다.
그러나 국가 간 전쟁이나 휴전 협상이나 비상계엄 선포나 탄핵 심판에 오면 그 공정의 법리는 사라져버리는 듯하다.
그것이 정쟁이나 진영 갈등을 심화시키고, 광화문 집회 등을 통한 사생결단으로 서로 덤비는 결과로 이어지며, 반성도 하지 않는 팬덤 정치를 만들어내는 듯하다.
굉장히 이례적인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공정은 정치 세력 간에도 적용될 수는 없을까?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이 없는 곳에서는 지켜야 할 선도, 예의도, 염치도, 공정도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일까?
러ㆍ우 전쟁의 끝단에서도 트럼프가 등장하더니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방적인 내용으로 종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등장했고, 우크라이나는 울지만 러시아는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의 전선처럼, 광화문에서 안국동에서도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총성이나 고함소리가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성이 아닌 반이성이 지배하는 나라가 돼버렸다. 그 반이성이 당분간 대세가 될 듯하다.
백승엽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