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言德)은 말씀 언(言), 덕 덕(德), 행위와 마음을 닦아 몸에 얻은 것. 다시 말해 말로써 베푼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화려한 언변은 대중의 감흥을 불러일으켜 귀를 솔깃하게 하고 의사전달의 기술로 변모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만큼 말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법이다.

불교 경전 중 가장 오랜 경전인 숫타니파타에는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그 입 속에는 도끼도 함께 태어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내용은 어리석은 자가 악한 말을 함부로 해서 그 도끼로 자신을 찍는다는 말의 부정적인 파장에 대해서 일단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모든 생활을 함에 있어 입을 닫는 일보다 열어야 할 일이 더 많다. 먹기 위해서, 숨을 쉬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말을 하기 위해서 입을 무조건 열어야 한다. 모두가 입을 갖고 있지만 그 입으로 나오는 말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고 한번 내뱉은 말은 결코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그래서 명심보감에서는 ‘차라리 밑 빠진 항아리를 막을지언정 코 아래 가로지른 것은 막기 어렵다.’며 ‘입을 지키는 것은 병(甁)처럼 하고, 뜻을 지키기를 성(城)처럼 하라.’고 가르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말이 타인과의 의사소통 수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 컴퓨터와 더불어 현대사회의 3대 무기로 여겨질 정도로 말이 갖는 힘과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엄청나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내뱉는 말은 단순히 의사전달 수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소리이기에 때로는 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부정적 표현 수단으로, 때로는 애정과 고마움 등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표현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 속담에 ‘입은 재앙의 문’이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입은 곧 재앙의 문과 같으니 모름지기 말을 조심하라는 경구로서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한다. 총칼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죽이지만 잘못된 말 한마디는 천리 밖의 사람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상반된 관점의 속담으로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속담에서 우리는 언어가 단순한 의사의 전달 체제를 넘어 마음의 형상이요, 정성의 표시라는 것을 새삼 자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말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양면성(兩面性)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말의 양면적인 성향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말하는 주체인 당사자의 몫이다. 모든 말의 표출은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난 내면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매일 쓰는 말은 그 파장 또한 매우 크기에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두렵기까지 하다.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사소한 문제에서 본심을 속이고 거짓을 말하지 않았는지, 혹은 상대방에게 비방의 말을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탄핵정국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불안하고 뒤숭숭한 게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 국민을 상대로 말하기에 앞서 보다 신중하고 언덕(言德)을 새겨야 함은 물론이다.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라고 한 담화는 국민을 설득하기보다는 혼란과 분노를 촉발시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가하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고 “법 절차를 오류 없이 의결해야 한다.”며 법 절차를 합리적으로 강조한 점이라든가 14일 탄핵 가결을 선언한 직후 “민주주의는 국민의 삶으로 증명된다.”며 “이제 한 걸음 더 다음 단계로 나아가자.

국민의 생업과 일상이 빠르게 안정되고 경제, 외교, 국방 등 모든 면에서 대내외적 불안과 우려가 커지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겠다.”고 말한 점은 바로 언덕(言德)의 중요성을 그대로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언덕(言德)을 잘 가져 남에게 말을 선하게 하면 그가 잘 되고 그 여음이 밀려서 점점 큰 복이 되어 내 몸에 이르고 남의 말을 악하게 하면 그에게 해를 입히고 그 여음이 밀려와서 점점 큰 화가 되어 내 몸에 이른다.’는 만고의 진리를 모름지기 국가지도자라 하면 다시 한번 깊이 새겨야만 할 것이다.

특히 가뜩이나 어수선한 세밑 탄핵 정국에 야당은 대통령의 탄핵 가결이라는 엄중한 사태를 빌미로 정권을 빼앗듯이 하려는 행위나 언행은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는 물론 또 다른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사실을 재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도 대통령의 탄핵 가결이라는 불행한 상황을 맞이하여 당의 분열보다는 앞으로의 해결 방안에 몰두해야만 그나마 떠난 민심이 되돌아오리라 확신한다.

지금이야말로 여야의 졸속한 정쟁을 넘어 정치인 모두가 국가지도자를 자처하며 언덕(言德)을 실행하고 그 중요성을 새기고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김창권 대기자 ckckck1225@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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