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남성들은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 군대시절 이야기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남자들의 세계에서 젊은 시절 3년 간 청춘을 바친 군대생활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군대생활을 통해서 인생의 전환점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면 여러분들이 믿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게 사실입니다.
군대생활을 하는 가운데서 궁할 때 대처하는 요령이라든지 상관이나 하급자에 대하는 태도, 예절, 등을 체득하였고, 혹한기 훈련 등을 통하여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서도 산악지대에서 며칠 씩 생존하는 기술을 체험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일들은 책이나 단순히 남에게서 듣고 배우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체험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인 까닭입니다.
1980년 2월 초순의 일입니다.
당시 전방에 소재하는 군 부대에서 군 생활을 하던 말단 이등병이었던 본인도 부대원들과 함께 부근의 산으로 동계훈련을 가게 됩니다.
산에 도착하자 마자 꽁꽁 얼어붙은 땅을 파고 자신이 사흘간 머물 숙소부터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날씨라고 해도 땅을 2M만 파 내면 그 속에서는 땅의 지열로 인하여 훈훈한 까닭에 추위를 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 만든 숙소에서 사흘을 보내고 부대로 복귀한 일이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군 생활 속에서 많은 경험들을 얻게 되었고 강인한 정신력을 길렀습니다.
만약, 군대에 가서 궂은 체험들을 하지 않았더라면 추운 겨울 날 산 속에서 며칠을 보내야 하는 상황을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맞딱뜨렸을 때 꼼짝없이 동사하고 말았을 것이라는 끔찍한 생각들을 해 보곤 합니다.
그래서 사나이는 군대를 갔다와야만 인생의 참 묘미를 깨칠 수 있다고 하지요.
본인이 군대생활을 할 때의 이야기를 여러분께 한 토막 들려드리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인 1982년 3월, 마지막으로 근무하던 부대였던 3군 사령부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말년 병장이었던 황금손은 제대를 2개월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군 생활을 하는 동안 궁금했던 사항들과 시정했으면 하는 점들을 정리하여 건방지게도 육군참모총장에게 건의문을 띄우게 됩니다.
요즘에야 인터넷이 발달하여 육군본부든 국방부든 상관없이 건의를 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 당시로서는 참으로 드문 케이스였습니다.
그 건의문의 내용 중 한 항목이 군인들에게 지급되는 비상전투식량인 건빵 속에 들어있는 별사탕에 대한 병사들의 불만사항이었습니다.
별사탕 안에는 노란 좁쌀이 하나씩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병사들에게는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별사탕 안에 들어있는 노란 물질(좁쌀)이 젊은 병사들에게 이성(異性)에의 유혹을 줄여주기 위해서 국방부의 지시로 제조과정에서 일부러 넣은 정력감퇴제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는데 이 소문으로 인하여 병사들은 건빵을 지급해 주어도 별사탕은 먹지 않을 뿐 아니라 병사들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글을 육군참모총장 앞으로 발송하였던 바, 불과 1주일 도 지나지 않아서 답신이 왔습니다.
내용인 즉, 건빵 속에 들어있는 노란 물질은 그냥 좁쌀이며, 회전하는 철판에 설탕가루를 넣고 천천히 가열시킬 때 별 모양의 과자로 만들려면 필수적으로 이 좁쌀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좁쌀을 넣지 않으면 설탕가루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성형이 되지 않으며, 좁쌀이 들어가야만 그 좁쌀을 중심으로 구심력에 의해 설탕가루가 달라붙어 별 모양의 사탕으로 형성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아무 내용도 모른 채 유언비어를 믿고 그 맛있는 별사탕을 먹지않고 버려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별사탕 이야기를 하려고 본인이 오늘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별사탕을 성형시키는 데 좁쌀이 필수적이듯, 우리 대한민국의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수습시키기 위해서는 좁쌀처럼 자신을 희생시키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루의 형태로 있는 설탕을 뭉치게 하지 못하면 사탕으로 만들 수가 없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뭉치게 하지 못하면 우리 나라의 발전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불가능합니다.
가루의 형태로 있는 설탕에 좁쌀이 들어감으로 해서 별사탕으로 만들 수 있듯,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각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 지도자가 나타난다면 좁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본인도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배대열 칼럼니스트 BDYTYY@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