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반도체, 센서, 로직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제조업 전체 투자액에서 반도체 비중은 11%에서 13%로 높아져

일본 대기업 소니그룹과 미쓰비시전기 등 일본 기업들이 2029년까지 반도체 분야에 5조 엔(약 311억 달러)을 투자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인공지능(AI)과 탈탄소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본 기업들은 경제 안전보장에 중요한 물자인 전력을 제어하는 파워반도체와 이미지센서 생산을 늘린다. 일본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반도체 산업 진흥에 나서면서 반도체 업계가 국내 설비투자의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재무성 법인기업 통계조사 결과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정보통신장비 관련 투자는 2022년 2조1000억 엔으로 5년간 30% 증가해 화학공업과 비슷한 증가율을 보였다.
제조업 전체 투자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1%에서 13%로 높아져 자동차 등 운송수단(15%)과 화학공업(14%) 다음으로 높았다.
일본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지고, 반도체 투자가 제조업 설비투자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소니, 미쓰비시전기, 롬, 도시바, 갑옷홀딩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라피더스, 후지전기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사 8곳이 2021~2029년도 설비투자 계획을 확정했다.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관련 데이터를 취합했다.
반도체 산업 부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일본 기업들은 미래 일본 AI, 탈탄소, 전기차 등 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기반기술인 파워반도체, 센서, 로직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
소니는 반도체 이미지센서 생산을 늘리는 등 2021~2026년에 약 1조6000억 엔을 투자한다. 스마트폰 카메라 등 수요가 견조하고, 반도체 이미지센서의 자율주행 분야 용도도 확대된다.소니는 2023년 나가사키(長崎)현 공장을 증설하고 구마모토(熊本)현에 새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등의 시장 확대가 예상되면서 일본 기업들은 전력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파워반도체를 증산하기 위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도시바와 롬 두 회사는 약 3800억 엔을 투자한다. 미쓰비시전기는 에너지 절약에 강점이 있는 탄화규소 전력반도체 생산능력을 2022년까지 5배로 늘리고 구마모토현에 약 1000억 엔을 공장 신축에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 반도체 기업은 1988년 세계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1990년대 이후 한국과 대만 기업들은 정부 지원으로 거액의 투자를 지속하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일본 기업들은 투자 경쟁에서 한국 기업에 밀려 2000년대 초반 첨단 반도체 개발에서 줄줄이 손을 떼면서 2017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2020년을 전후해 미·중 대립 등을 배경으로 일본 정부는 반도체를 경제·안보 분야의 중요 물자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이 끊기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반도체가 디지털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어 국내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
AI에 필수적인 최첨단 논리 반도체 분야인 라피더스는 2나노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홋카이도 지토세시의 시험 생산라인을 2025년 4월 가동한다. 연구개발비를 포함해 2조엔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