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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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한자어에서 粥, 鬻, 㣃, 俼의 4가지 글자로 사용됩니다.

이 네 글자를 찬찬히 뜯어보면 세 글자에서 궁(弓) 자(字)가 백성들의 주식(主食)인 쌀(米)이나 어린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뜻을 가진 육(育) 자(字)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궁(弓) 자(字)는 활을 뜻하며 활은 농축업이 산업의 전부이다시피 했던 고대사회에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그 강한 무기가 쌀(米)이나 어린 아이 중에서도 장남(맏이)를 의미하기도 하는 육(育) 자(字)를 앞과 뒤에서 방어하고 있는 것은 그 당시 죽이 얼마나 귀하게 여겨진 존재였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나머지 한 글자인 죽(俼) 자(字)도 인(人) 자(字)에 기른다는 뜻의 육(育) 자(자)가 합해진 글자라는 데서 수천 년 전의 죽이 일상에서 차지했던 위상을 짐작케 합니다.

죽은 중국인들의 조상이라 일컫는 상(商)나라 황제가 물에 곡식을 넣고 끓여서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원래 죽은 물만 보이고 쌀이 보이지 않아도 죽이 아니고 쌀만 보이고 물이 보이지 않아도 죽이 아닌 것이며 반드시 쌀과 물이 잘 화합하여 부드럽게 되어야 '죽'이라고 한다" 고 1924년 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나옵니다.

윤문단공(尹文端公)이 말하기를 영인등죽무죽등인(寧人等粥毋粥等人)이라 했는데 이는 "사람이 죽을 기다릴지언정 죽이 사람을 기다리게 하지는 마라"는 뜻입니다.

그는 정돈이미변탕건(停頓而味變湯乾)이란 말을 덧붙입니다.

이는 "죽을 쑤어서 오래 두어도 국물이 마르지 않도록 하라"로 해석됩니다.

죽의 재료는 곡물을 바탕으로 하되 물고기나 새, 짐승의 살코기, 버섯, 산나물 등을 함께 넣어서 끓였으며 대체로 어린 아이나 노인, 병에 걸린 환자 등이 많이 섭취했던 건강보양식 개념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곡물이 들어가야 죽으로 부를 수 있고 야채나 육류, 생선 등만으로 끓이되 곡물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국(湯)으로 분류됩니다.

1950년대 후반에 태어나서 보릿고개가 절정을 이루었던 196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냈던 황금손도 당시 식량이 부족해서 메밀죽을 자주 끓여 먹었습니다.

 더러는 시냇가에서 잡아온 우렁이, 다슬기, 참게 등을 넣고 밀가루나 보릿가루를 희멀겋게 풀어 방앗잎과 몇 가지 야채를 섞어 끓인 죽이었던 일명 "가리장"으로도 허기를 달랬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송명은 의약 전문기자 emmy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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