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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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처럼 몰린 상암벌에서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에 대한 팬심은 싸늘했다.

최근 독일 국적인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행태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스포츠 매체를 달구고 있다.

지난 3월 부임 후 갖은 비판 여론에 직면하면서 그의 위상과 이미지는 거의 벼랑 끝에 내몰렸다. 

무엇이 도대체 문제이길래 이 지경이 되었을까.

지난 9월 A매치 평가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에 이어 최근 튀니지와 베트남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면서 점차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를 향한 팬심은 역시나 싸늘하고 차가웠다. 단적으로 상암벌 A매치에서 킥 오프를 앞두고 유럽파 핵심 선수들을 비롯해 스타팅 태극전사 멤버 소개 후 가장 마지막으로  클린스만 감독이 소개되자 거센 야유와 원성이 쏟아져 나왔다. 싸늘한 팬심이 고스란히 투영되는 순간이었다.

부임한 이래로 ‘잦은 외유’와 ‘근무 태만’ 논란 속에 대중적 신뢰가 떨어진 상태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연히 한국에 거주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지휘봉을 잡은 이래로 줄곧 미국에 있는 자택과 유럽에서 생활을 이어왔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머문 기간이 80일에 못미치고 있다. 그마저도 A매치 평가전 기간을 제외하면 한 달 안팎으로 줄어든다.

최근에는 축구대표팀 사령탑이라면 국제적인 시야를 넓혀야 하고, 유망 선수 육성과 해외파 선수 관리차원에서라도 유럽에 사무소를 개설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본인에 대한 비판 여론을 반박해 또 거센 논란을 만들었다. 

자신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티는 '고집'인지, 아니면  ‘자신의 논리가 틀렸음을 알면서도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아집'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미국의 성직자, 사회교육가 헨리 워드 비처는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고집은 유익할 때가 있다."고도  말했지만  좋은 방향으로 해석 하고 싶다. 

감독과 선수, 팀과 서포터즈는 수어지교(水魚之交) 관계이다. 원래 물과 고기의 어울림 처럼, 대표팀도 감독도 서포터즈(국민) 지지를 받고 성장한다. 특히 밀착된 스킨십을 통해 선수를 키우는 조련사 같은 역할을 갖는다. 

감독은 개별적으로도 선수 개개인의 자질은 물론 습관 과 행태까지도 세밀한 관찰을 통해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축구선수로서 각자 타고난 달란트, 특성·성향과 개성이 모두 다르지만 소통·공유·화합을 유도해 최대의 전력을 발휘토록 유도하고 이끄는 위치에 있는 리더가 바로 축구 감독이다.

뛰어난 조련사는 그 특징과 차이를 완전히 이해하고 각자의 고유한 모습과 차이점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데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 할수 있다.

퍼즐 조각이 모여 가로세로로 엮어지면서 하나의 입체적인 작품이 되는 것처럼 타고난 자질과 현 상태를 면밀히  관찰 하고, 다른 생각들을 이해하고 조율하면서 팀 승리에 기여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 갈 줄 아는 감독이 A급 조련사인 것이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무시하고 타인의 생각을 내 생각에 맞추려는 아집과 독선은 잠시 멈추고 주변 환경과 선수 개개인을 이해하기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노련한 조련사일 것 이다.

대표 선수들과 같이 꾸준히 소통을 유지하면서 국내 코칭스태프 들과도 동고동락하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 

대표팀 축구 감독은 그리 쉬운 자리가 아니다.

그야말로 명예로운 자리지만 승리와 목표달성을 위해 스트레스가 극심한 위치에 있다. 몇 년만 감독을 해도 지나친 스트레스로  약을 달고 사는 감독도  적지 않다. 더욱이 언어소통, 주재국 문화에  적응해야 하고 선수들과 밀착된 스킨십 유지, 경기력 점검과 상대팀 전력분석 등 챙겨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그래서 선수들과는 동고동락하는 자세를 국민 써포터즈와는 여민동락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표팀 감독과 국민 써포터즈와는 어떤 상황에서도 운명을 함께 하는 사이를 가리키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

'여민동락'은 왕이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도자(감독)가 국민(써포터즈)과 함께 호흡하면서 승리의 기쁨을  같이 나누며, 국민들의 삶과 감정에 깊이 녹아들어서 살아가는 모습을 상징하는 말이다. 

이와관련 클리스만 대표팀 감독은 조명시리(朝名市利)의 의미를 이 시점에서 실로 느껴야한다.

이름을 남기려면 조정에 있어야 하고 이익을 원하면 시장에 있어야 한다. 

무슨 일이든 있어야 하는 알맞은 곳에서 행하라는 뜻이다. 

감독은 선수들과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 항상 같이 호흡하려 하고 같이 땀을 흘리려고 올인 해야 한다. 

그래야 시너지효과가 창출될 수 있고 모두가 하나 되는 국가대표팀이 될 수 있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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