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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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었습니다. 

그간 업무에 시달리고 도시 공해와 교통체증에 찌들리다 보면 도시를 떠나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모든 것을 잊고 그저 멈추고 내려놓고 싶은 바캉스 계절이다.

누구나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 앞두고 어디로 떠나야 할지 어디서 머무러야 될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인생의 파란만장한 파로라마를 앞에 두고 역시 고민스러운 것은 매번 마찬가지이다.

그저 고민은 아주 간단하고 목적지도 뻔한데 말이다.

여유로움과 힐링을 줄 것 같은 산과 바다로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다.

바쁜 일상을 떠나 세상의 세태는 물론이고 보고 싶지도 않은 추태도 다 잊고, 훌훌 모든 것 다 버리고, 잠시 쉼표를 찍고 싶은 마음을 누구나 갖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사실상 원래 휴가(vacation)란 한마디로 ‘비우는(vacant) 시간’입니다.

과연 비움은 채움을 위함이요, 채움은 에너지 충전을 통해 신선한 구상과 열정적인 노력을 통해 조직과 사회를 위해 나눔을 준비 하는 토대이자 기반입니다. 

일찍이 노자는 “있음은 이로움을 위한 것이지만, 없음은 쓸모(효용가치)가 생겨나게 하는 것”이라고 설파했습니다. 

평소 정신없이 바쁜척 하고 머릿속이 복잡한 사람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괜히 쓸데없이 바쁜 것을 할망(瞎忙ㆍxiamang)이라고 표현합니다.  마구잡이로 괜히 바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텅 비어있는 상태는 새로운 미래 성장과 삶의 포맷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채운 자만이 비울 수 있다. 그래서 비움은 진정한 채움이다라고 합니다.

​불가에선 3독(毒), 즉 탐욕·분노·어리석음(탐ㆍ진ㆍ치:貪瞋癡)을 버리고 자신을 비우는 것을 ‘방하착(放下着)’이라고 합니다. 

비움은 채움을 위한 준비작업인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보고 맞이하는 준비 작업인 셈입니다.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여유롭게 관조 해  보면 길이 보이는 법이다.

​바로 법정 스님이 언급한 ‘텅빈 충만’의 신묘한 경지가 이것이다 라고 할수 있다.

작금의 혼탁한 세상에선 특히 일상에서의 공(空)의 체험이 중요하다. 

새 또한 높이 날기 위해 뼛속까지도 비워야 하는데 이 상태가 ‘골공(骨空)’이라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께서는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 또는 변소(便所)라고 불렀습니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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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解憂所)의 뜻을 찬찬히 살펴보면 풀어버린다는 의미를 가진 해(解) 자(字)에 근심을 뜻하는 우(憂) 자(字), 그리고 집을 나타내는 소(所) 자(字)의 세 글자가 합해져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해우소는 단순히 생리적으로 채웠던 장( 腸)을 비우는 것은 물론이지만 정신적으로도 근심을 "털어버리는 집"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야말로 '해탈의 집'인 셈입니다.

변소(便所)라는 단어도 잘 새겨둘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변(便) 자(字)의 뜻입니다.

변(便)이라는 글자는 똥, 오줌을 뜻하기도 하지만 편리(便利)처럼 편하다는 뜻도 함께 지닙니다.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진정한 의미를 알수 있습니다.

이 변(便) 자(字)를 분해하면 사람 인(人) 자(字)에 고친다는 뜻의 경(更)이라는 글자가 합해진 것임을 알 수가 있지요.

다시 말해서 사람을 고치는 집(所)이 변소(便所)인 셈입니다.

누구나 생리적으로 일단 비우면 편해 집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도 비우고 내려놓으면 편해지고 더 나아진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이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비범과 평범함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여름 바캉스를 통해 다시 지난 반년을 돌아보고 다시 다가올 반년을 준비하는 재충전하는 즐거운 쉼(休)과 힐링(치유ㆍ治癒), 재충전의 시기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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