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에서는 기적(奇跡)을 "상식(常識)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반면 과학(科學)은 일정한 목적과 방법으로 그 원리를 연구하여 하나의 체계를 세우는 학문"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항공기와 새떼가 충돌하여 일어나는 사고를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라고 부릅니다.
기적(奇跡)과 과학(科學)은 어렇게 구분할까요.
2009년 1월 15일 오후 3시 25분 경 US 에어 웨이스 1549편은 센트럴파크 부근을 흐르는 허드슨강에 불시착합니다.
원래 US 에어 웨이스 1549편은 뉴욕시 외곽에 위치한 라구아디아 공항을 이륙하여 노스 캐롤라이나주 샬럿 공항으로 향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비행기는 이륙 후 2분 여만에 새떼와 충돌하면서 엔진에 불이 났고 2개의 엔진이 모두 꺼져버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합니다.
하지만 조종간을 잡은 체즐리 설렌버그(당시 58세, Chesley Sullenberger)는 자신을 포함한 155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의 생명이 달린 그 순간에도 놀라울 정도로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불시착할 장소를 살폈습니다.
엔진은 꺼졌지만 이륙하던 때였기에 항공기가 한참 출력을 높이던 중이어서 1분 정도는 추력으로 활공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기장의 시야에 허드슨강이 들어왔습니다.
멈칫거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강의 중심 쪽으로 배들이 없는 공간이 보였습니다.
남은 시간은 10여 초...
기장은 기체를 최대한 수면과 평행하게 붙였습니다.
불시착을 할 때 기체와 수면의 마찰력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위험천만한 시도였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조종간을 쥔 기장의 손은 떨렸고 얼굴과 목 뒤로는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셋...둘...하나
굉음과 함께 물보라가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무전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출퇴근용 페리 등이 불시착한 1549편 주위로 몰려와서 항공기의 출입문을 열고 필사적으로 탑승객들을 구출합니다.
기장과 승무원들은 자신들의 안위는 뒤로 한채 차가운 강물 속에서 오로지 승객들을 구출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30여 분만에 상황이 종료 되었습니다.
150명의 승객과 승무원 5명을 포함해서 155명의 탑승객 중 가벼운 부상자만 5명이 발생했을 뿐,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습니다.
텔레비전의 속보창에는 "Miracle on the Hudson" 이라는 자막이 실시간으로 떴습니다.
이른바 "허드슨강의 기적"은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 세계금융시장을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우울한 상황에서 발생한 US 에어 웨이스 1549기의 버드 스트라이크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하였으나 기장과 승무원들이 자신들의 안전은 뒤로한채 침착하게 대응한 결과 사고를 최소한으로 줄임으로써 항공사고 사상 유례없는 기적을 연출하게 되었고 미국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던 것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도 하지만 어는 정도 과학이 뒷받침 되어야 기적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배대열 칼럼니스트
유튜브 "배대열의 세상만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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