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서 5전 전승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2부 리그 승격의 쾌거를 이뤘다. 경기 수원 광교복합체육센터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그룹B(3부) 5연승에 성공했다.
한국 대표팀은 23일 경기 수원에서 열린 IIHF 디비전1 그룹B(3부) 마지막 경기 카자흐스탄전에서 3피리어드 김희원의 역전 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한국 여자 하키팀이 국제 무대 2부리그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4연승'으로 이날 경기에 나선 한국은 1피리어드 4분 9초 만에 첫 골을 만들었다. 박종아에서 박채린으로 이어지는 패스를 받은 공격수 한수진이 선제골을 터트리며 앞서갔다. 하지만 5분 만에 라리사 스비리도바에게 동점 골을 허용하면서 팽팽히 맞섰다.
균형을 깬 건 지난 이탈리아전 '극장골'의 주인공 김희원이었다. 2피리어드를 득점 없이 보낸 대표팀은 3피리어드 김태연-최지연 등으로 연결된 도움으로 공격수 김희원이 상대 골문을 열며 균형을 무너트렸다. 경기 종료 3분 37초를 남겨둔 상황이었다.
연승의 기세는 정신력에서 나왔다. 우리 대표팀은 지난 17일 이탈리아와의 개막전 '극장골' 역전승(2-1)을 시작으로 폴란드와 슬로베니아, 영국, 카자흐스탄 등 모든 팀을 상대로 승리를 낚아채며 '5전 전승(4승 1연장승)' 승점 14점으로 우승했다.
김도윤 감독은 "지난 1년 여간 엄청난 운동량과 고된 훈련 시스템 등을 감수해 준 선수들의 투혼이 이룬 기적 같은 결과"라며 "매 경기 해보자는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과 더불어 안방(홈 경기)에서의 큰 응원과 관심이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표팀 주요 공격수인 한수진과 김희원, 박종아 등은 각각 4골 2도움(공격 포인트 6개)와 2골 4도움 등으로 활약했다. 수비에서는 맹활약을 펼친 '신예' 골리 허은비가 5경기에서 6골을 허용(세이브 119개)하며 1점대 낮은 실점율로 골문을 지켰다.
이번 대회에는 경기당 2~3000명의 관중이 운집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국내 최다 관중 기록을 갈아치우며 아이스하키의 대중적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다. 평일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단위 관중들의 내방으로 '만원 관중'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이번 대회가 한국 여자 대표팀은 물론이고 평창동계올림픽과 팬데믹 이후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아이스하키가 재도약의 초석을 다지고 국제 무대에서의 위상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평가한다.
이호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은 "기적 같은 승격을 이뤄낸 우리 선수들에게 감사한다"며 "승격 대회 준비 등에 만전을 다 할 것이며 대회 기간 열과 성을 다해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과 수원시 등 관계 기관 등에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4승 1연장 승)에 이어 폴란드(4승 1패)와 이탈리아(3승 1연장 패 1패), 슬로베니아(1승 1연장 승 3패)가 2~4위에, 영국(1승 1연장 패 3패)과 카자흐스탄(5패)이 뒤를 이었다. 내년도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그룹B(2부)는 4월 중국에서 열린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