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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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이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의 불씨는 남아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국민적 염원과 함께 태극전사들을 향한 응원의 박수와 함성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더욱 우렁차게 울려 퍼질 전망이다.

마치 나뭇잎들은 다 떨어졌지만 ‘마지막 잎새’ 하나는 끝까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16강 진출을 위한 ‘경우의 수’가 남아있다. 포르투갈을 무조건 이기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이기거나 비겨야 골득실을 따져볼 수 있는 어렵고 복잡한 상황이 되었다.

‘경우의 수’를 차치하더라도 공통적인 전제는 ‘포르투갈전 승리’다.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포르투갈은 FIFA 랭킹 9위로 28위인 한국보다 20계단 위에 있다. 베팅업체는 벤투호 16강 진출 확률은 ‘9%’, 포르투갈 조 2위는 1%라고 예견하고 있다.

포르투갈이 그리 쉽지 않은 상대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미션은 아니다. 4년을 준비한 벤투호의 마지막 ‘걸작(masterpiece)’을 기대할 만큼 지난 두 경기에서 좋은 경기 내용을 보였다.

특히 2002년 월드컵 당시 감동적인 승리가 재현되기를 온 국민이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루이스 피구(50)와 파울루 벤투(53)감독을 비롯한 ‘황금세대’를 앞세워 우승을 노렸던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3차전 한국전 패배로 조별리그에서 탈락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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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는 지금까지 한국과 포르투갈의 유일한 A매치(국가대항전)로 기록되어 있다. 이제 20년의 시간이 흘러 한국과 포르투갈이 역시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3차전에서 다시 만난다.

공교롭게도 파울루 벤투는 이제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조국 포르투갈을 상대한다. 하지만 지난 가나 경기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아쉽게도 그라운드에서 불수가 없다. ‘벤투 없는’ 벤투호가 되버린 셈이다.

포르투갈과의 이번 경기관련 몇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손흥민(손+날두) vs 호(好)날두 간의 경기(출장)대결이다.

유럽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은 월드클래스 손흥민은 '손날두(손+호날두)'라는 별명을 얻었다. 호날두는 원래 국내 팬들에게 호(좋을 호)날두였다. ‘노쇼 사건’으로 그에 대한 호감은 일시에 비호감으로 변했다. 그래서 ‘날강두’(호날두+날강도)라는 오명으로 통한다. 2019년 7월26일. K리그 올스타와 이탈리아 유벤투스 친선 경기에서 호날두의 45분 의무 출전이라는 계약에도 팬사인회는 물론 한국 팬을 무시하고 결국 이날 그라운드에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그라운드에서 손흥민 선수는 호날두와 A매치 첫 맞대결을 벌인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양 팀의 주장으로 등번호 7번을 달고 있다. 월드 클래스 선수로 폭발적인 스피드, 공간 침투능력,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드는 플레이 스타일을 볼 수 있을지 여부다. 문제는 누구든지 한 명만 웃는다는 사실이다.

부상선수 회복 여부다. 수비의 대들보 역할을 맡고 있는 김민재와 금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지 못했던 ‘황소’ 황희찬(26·울버햄프턴)의 몸 상태이다. 두 선수 모두 출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이젠 황소가 힘차게 거침없이 달리는 모습을 보고 탄성을 지르고 싶어 한다. 황희찬 포르투갈전 출격은 벼랑 끝에 몰린 축구대표팀에 천군만마가 될 수 있는 공격 카드이기 때문이다.

지난 2차 가나전에 이어 이번 포르투갈 경기에도 주심이 심상치 않다. 주심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파쿤도 테요 심판인데, 경고가 잦은 심판으로 유명하다. 이번 월드컵 남미예선에선 4경기 진행 중 총 17개의 경고와 1개의 퇴장을 줬고, FIFA 아랍컵에서도 4경기 14개의 경고와 1개의 퇴장을 선언했다.

다음은 '페널티킥(PK)주의보'를 경계해야 한다. 1, 2차전에서 '논란의 페널티킥' 수혜를 본 포르투갈과 맞붙기 때문이다. 이른바 호날두로 야기된 "끔찍 판정"에 가나·우루과이가 당했다는 쓰라린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조규성(24·전북 현대)선수의 연속 골 지속 여부다. 그에 대해 이미 유럽 유명구단들이 눈독을 잔뜩 들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선발 출전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대표팀 막내 이강인과 함께 이번 강호 포르투갈전에서도 훌륭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손흥민의 훌륭한 후계자가 되느냐는 여부다.

한편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하는 포르투갈전에서 ‘골든보이’ 이강인 선발 투입 여부 문제다. 일각에서는 벤투 감독이 기량이 탁월한 이강인을 선발 출전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정도다. 포르투갈 전에서 그의 등장 시점이 최대의 관심사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야말로 이강인이 적시에 적절한 공간으로 찔러주는 킬 패스로 손흥민이 ‘쾅!’하고 일을 내야만 한다.

그리고 포르투갈의 삼각편대, 디아스→ 페르난드스 → 호날두로 이어지는 포르투갈 득점 루트를 사전 차단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와 관련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승리의 주역,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거친 압박과 협력 수비와 많지 않은 기회에서 확실한 마무리, 골 결정력을 승리의 열쇠로 꼽았다.

한국 대표팀의 막내 이강인은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4년 동안 준비한 것을 잘 보여주면 멋지게 승리할 수 있다고 믿어요!”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불교 경전에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라는 구절이 있다. 그냥 쉽게 풀이하면, ‘세상사 모두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우리 태극 전사들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그라운드의 주인공은 바로 태극전사들이다. 조직적이고도 창의적인 플레이를 위해 "뛰어가는 건지", 아니면 "뛰어지는 건지" 차이다.

우리 태극전사들은 지난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당시 FIFA 랭킹 1위 독일을 꺾은 좋은 경험이 있다. 이번엔 ‘알라이얀의 기적’을 이뤄야 한다.

한국축구 '미래와 현재'를 가늠하는 결전에서 ‘어게인 2002’의 기적이 다시 일어나길 간절히 기원한다.

이상기 칼럼리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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