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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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사상 유래없던 부진이 계속되자 많은 팬들이 기우제를 드리는 심정으로 골 가뭄 해소를 기원했다.

약 13분만에 손흥민은 헤드트릭으로 모든 부진과 의심을 말끔히 지워버렸다. 그야말로 이번 시즌 공식 경기 아홉 번째 출전 만에 ‘대폭발’이었다. EPL 득점왕의 귀환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지만 침묵이 길었던 손흥민의 득점포는 한번 가동되자 거침이 없었다.

손흥민은 이날 후반 14분 히샤를리송(브라질)을 대신해 경기에 투입 교체 됐다. 줄곧 선발 공격수로 출전했던 손흥민에게 자존심이 무척 상할 정도의 낯선 상황이었지만, 후반 28분, 후반 39분, 후반 41분 차례로 상대 골 망을 갈랐다. 영국 BBC에 따르면 손흥민은 교체로 경기에 들어서 해트트릭을 완성한 토트넘 최초의 선수고 기록되었다.  

심정적인 변화와 위기의 시기를 아주 나이스하게 극복했다. 절대고독의 환경 속에서도 인내력과 창의성, 자기주도력의 내공이 여실히 발휘되었다. 누구나 어렵다고 느낄 때는 모든 것이 나에게 불리하게 비춰지게 마련이다. 전혀 나와는 다른 요소들만 주변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여 진다. 그래서 내공(內功)이란 나와 다름을 이해하는 힘이다. 나를 극복하는 원천이다.

이와 관련 7경기 연속‘골 침묵'을 이어온 손흥민은 "시련이 나를 웃게 만든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련을 일시적인 단련으로 여겼다. 스럼프 기간을 순간 지나가는 소낙비로 보았다.

프로 선수는 누구나 성적의 기복을 의미하는 사이클이 있다. 최고의 프로 선수는 뛰어난 기량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슬럼프를 최소화하고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지기관리 능력을 소지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처해진 상황을 불평하기보다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는 노력을 지속하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EPL 득점왕 손흥민 선수의 경우에도 급격한 나락으로 떨어진 스럼프는 자기 조절과 지기억제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존심과 자부심에도 엄청난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이번 스럼프 기간 중에 수십 번 자신에 대해서는 함부로 비난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미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요소라는 사실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손흥민 선수는 부와 명예와 함께 팬들로부터 지속적인 믿음과 사랑을 받게 마련이다. 결국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 위기 극복의 비결이 된 것을 증명한 셈이다. 그에게는 내공을 쌓는 소중한 시간이 된 셈이다. 내공은 어려울 때 괴로울 때 처절한 상황에서 길러지는 법이다.

내공은 치열한 담금질을 통해 얻게 된 ‘삶의 맷집’이라고 한다. 내공의 진면목(眞面目)은 위기에 저절로 드러난다. 내공이 부족하면 표정이 심각해지고 변명이 많아진다.  절대로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준비를 하되 신념을 갖고 기회를 엿보는 기술이자 초감각적 능력이다.

이번 손흥민 선수는 고사성어 욕속부달(欲速不達) 욕교반졸(欲巧反拙)의 사례를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논어(論語)의 자로편(子路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성급하게 서두르면 일이 성사되기 어렵고 너무 잘하려고 하다간 오히려 망쳐 놓는다”는 뜻이다. 축구경기에서도 성급함과 지나친 긴장감은 근육의 탄력성과 유연성을 떨어지게 만든다. 상대팀의 배치와 상대의 동작을 먼저 보지 않고 움직이는 공만을 보게 되니 실제로는 볼 장악력이 상실되고  상대 수비의 헛점을 보기가 어렵다.

이번 손흥민 선수의 대 부활은 전반적인 팀의 움직임과 볼의 흐름에 따라 그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남다른 기동력과 기술을 발휘하는 아트 사커(Art Soccer)를 재현한 것이다. 결국 골 집착에서 벗어나 여유와 감각을 되찾은 것에 불과하다. 

거북이가  토끼와의 경주에서 이길수 있는 비결은 공교롭게도 목표달성을 위한  여유로움과 기다림이라고 한다. 거북이는 소나기가 쏟아지면 머리를 몸 안으로 집어넣고, 그리고 햇볕이 따가우면 그늘에서 잠시 쉬어간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남과 비교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나아갈 뿐이다.

경험이 풍부하고 내공이 깊은 사람은 때때로 곤란한 일에 부딪혔을 때 조급히 서두르지 않고 다시 준비하면서 때를  기다릴 줄을 알고 있다. 세상에는 때로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이 많이 있다. 사람의 머리로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까지도.

이번에 손흥민 선수가 보내준 ‘삶의 철학’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번 스럼프 기간 중 영국 BBC방송에서 조차도 "손흥민, 토트넘 최악의 선수다"라는 혹평을 받았다. 천당에서 지옥을 오간 치욕적인 멘트였다. 하지만 보란 듯이 극복했다.

우리는“오로지 나를 극복하고 나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손흥민 선수를 통해 배웠다. 겨울이 지나면 새 봄이 온다고 굳게 믿기에 추운 한겨울을 견딜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이상기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 부총재 sgrh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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