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말은 남의 칼을 빌려서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삼십육계 중 제3계이다.
동맹자나 제삼자가 적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전술이다. 적을 처단해도 아군의 피해는 입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컨대 적성세력 중 한 국가와 몰래 강화하고 그 조건으로 지금까지 그 나라가 동맹을 맺고 있던 다른 적국을 배후 기습하게 하는 것도 차도살인에 해당한다.
정나라 장공이 회나라를 빼앗으려 할 때, 먼저 회나라 신하들 가운데 용맹하고 우수한 자들에게 벼슬과 토지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날조했다. 그것을 회나라 수도의 성문 밖에 세운 제단 밑에 매장하고 닭의 피를 뿌려 마치 맹세의 의식이 정말 이루어진 것처럼 공작했다. 회나라 군주는 이를 발견하고 서약서에 이름이 올라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장공은 재빨리 회나라를 들이쳐 멸망시켰다.
서기 219년, 촉나라의 관우가 위나라의 번성을 공격했다(번성 전투). 방덕과 우금이 이끄는 위나라 지원군이 관우에게 격퇴되고, 조조는 천도를 검토할 정도로 궁지에 빠졌다. 이때 사마의와 장제가 관우가 다스리는 형주 땅을 분할하는 것을 조건으로 오나라 손권과 동맹하는 것을 제안했다. 위와 동맹한 손권은 관우에게 원한을 가진 미방과 부사인을 포섭하여 관우의 본거지인 강릉을 점령했다. 관우는 부득이 번성에서 철수했지만, 여몽에 의해 관우군 탈영자가 속출, 관우는 형주 공방전 결과 아들 관평과 함께 살해되었다.
한편, 차도살인계책은 비즈니스에서 종종 활용한다.미국의 한 사업가 미첼은 뉴욕의 한 은행에 가서 화물선을 한척 구매한후 바로 원유운반선으로 개조한다는 것과, 구매하지도 않는 그 선박을 어느 석유회사에게 임대를 주었다고 얘기했다.
석유회사는 매월 임대료를 지불하고 그 돈으로 자기가 빌리려는 돈의 매월 분납금을 납부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은행측은 처음에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었으나 석유회사의 신용이 좋다는 점을 고려 돈을 빌려주었다. 미첼은 결국 중고 화물선을 구입, 원유운반선으로 개조하여 임대를 주었다. 사업이 잘 되어 나중에는 빌린 돈 다 상환하고 배의 주인이 되어 부자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차도 살인이다.
한형동 칭다오대학 석좌교수 hanhd@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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