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이어지는 가스 송유관은 이미 '전략적 무기화'로 부각
당장 '경제적 손실' 감수하고 '나토 확대' 제지 놓고 고심 중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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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독일로 가스를 수송하기 위한 해저 송유관은 지정학적 위기에 처한 '전략적 무기'가 되었다. 110억 달러(한화 약 13조 1626억원) 송유관 개통 여부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침공을 놓고 푸틴은 막판 고심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러시아와 독일 모두 송유관은 순전히 비즈니스 기업이며 정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의 목표가 유럽연합과 나토의 단합을 깨려고 한다면, 이 파이프라인은 '훌륭한 선박'이 되었다고 25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전했다. 

러시아의 최대 가스 고객인 독일은 그간 모스크바에 정치적인 압력을 가하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사용하는 것을 꺼려왔다. 최근 크리스틴 램브레흐트 독일 국방장관도 "노르드 스트림-2 분쟁으로 끌어들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공급이 유럽연합의 경제는 몰론 가정용 난방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중유럽과 동유럽에서는 '에너지 안보'라는 개념이 중요한 정치적인 이슈가 되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이미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유럽 사람들은 더 이상의 긴장이 유럽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 무기화'에 대비 하는 차원에서 보복할 수 있을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스 부족으로 이어질 경우 유럽, 중동,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 정기적으로 천연가스 생산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이 논의에 정통한 복수의 미국 관리들이 CNN에 언급했다는 것이다. 

원래 미국, 영국, 우크라이나 및 몇몇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2015년 처음 '노르드 스트림-2' 송유관 계획이 발표된 이후 이 송유관이 유럽에서 모스크바의 영향력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 송유관을 강력히 반대해왔다.

이제 1200 킬로미터(750마일)의 송유관은 지난해 9월에 완공되어 현재 최종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 송유관은 정부 수입의 40% 이상을 석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에게 무척 중요하다.

가동되면 연간 550억㎥의 가스를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직접 공급하게 된다. 송유관을 소유한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2021년 평균 수출가를 1000㎥당 280달러로 환산 할 경우 "연간 150억 달러(한화 약 17조 9490억원) 이상의 가치가 새로 창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가스프롬은 이미 이프로젝트에 110억 달러를 투자했다. 

문제는 '노르트 스트림-2'는 우크라이나를 우회함으로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더 쉽게 고립시킬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독일의 결정이다. 미국, 영국, 체코를 포함한 몇몇 다른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반면 독일은 지금까지 무기공급을 거부하면서 우크라이나 관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 자체만으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리라고 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여러 차례 끊는 등 에너지 가격 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를 괴롭혔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필요한데, 유럽에 판매하는 많은 양의 가스가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를 통해 나머지 대륙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결국 독일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가스공급 관련 유럽에 대한 중간자적 역할을 놓고 경쟁관계에 있게 되었다.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 자체만으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있다. 

비당파적 연구기관인 미국 독일 마샬 펀드의 크리스틴 베르지나 선임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노드 스트림-2 파이프라인에 대한 모든 것이 러시아의 승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독일인들은 이 주장을 조용히 철회하고 있다. 미국의 압력으로 안날레나 배르박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주 러시아에 대한 제재 패키지에 노르드 스트림 2 파이프라인 카드가 포함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밥 메넨데즈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푸틴은 노르드 스트림-2 가동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동이 불가할 경우에는 110억불이라는 가즈프롬 투자가 물거품이 되는 것이며, 연간 150억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얻지 못해  러시아 경제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대에 따른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푸틴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CNN은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으로 하여금 지금 당장 경제적 수익을 잃을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파이프라인 개통으로 인한 경제적 수익과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한 얻는 전략적 이익과의 '수 싸움'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 카드와 미국의 러시아 경제제재 카드 역시 관전 포인트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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