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사진=뉴시스 제공.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사진=뉴시스 제공.

유럽중앙은행(ECB)은 28일 통화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되 인플레이션 상승단계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는 유럽 중앙은행의 긴급 자산 매입 계획이 내년 3월 예정대로 마무리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치솟는 에너지 가격과 수요 회복, 공급 한계에 인플레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내년에는 가격 상승 요인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중앙은행은 유로존 중기 인플레이션 수준이 목표치인 2%를 여전히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개인적으로는 긴급채권 매입 계획이 예정대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엔 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조건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로존 국가 국채 수익률이 최근 다시 눈에 띄게 상승하면서 유로존 융자비용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인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0월 중순 한때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전문가들은 국가채권의 수익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인플레 기대감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프레드릭 디크로제 스위스 파타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유럽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해 '일시적'이라는 표현이 이번 성명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카스텐 브레스키 네덜란드 국제그룹 거시연구부 책임자는 "유럽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해 이전보다 포괄적이고 균형적인 표현을 쓰면서도 중기 인플레이션 수준이 목표보다 낮다는 판단을 견지하고 있다"며 "통화정책 조정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이 매입대금을 줄이고 긴급채권 매입 계획을 예정대로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3년 하반기까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울리히 카르텔 데카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것이라는 유럽중앙은행의 주장에 동조했다. 내년 가격이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유럽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긴축 의지를 더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 카스텐스 국제결제은행 총재도 초(超)완화 정책의 졸속 포기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왜곡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전망을 끌어올릴 경우 움직임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이 2020년 3월 긴급채권매입계획을 발표한 이후 두 차례 매입 규모를 1조8500억 유로로 늘렸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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