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 채무 문제로 中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 커져
선전시 평균 집값, 연 소득 57배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 220%, 日 거품 경제 최고치 218% 웃돌아

사진=웨이보
사진=웨이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 채무 문제를 계기로 중국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 부동산 리스크가 일본 버블 경제 시대 수준을 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일본 경제매체 닛케이 신문은 경제 규모 대비 중국 민간부채 비율 등 지표가 일본 버블 경제 시대를 이미 추월해 연착륙이 쉽지 않다며 신중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부동산은 끊임없이 커지는 빈부격차의 상징으로 꼽힌다. 중국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광둥성 선전시 평균 집값은 연 소득의 57배에 달하며 베이징도 55배에 이른다. 거품 경제 시대인 1990년 일본 도쿄 평균 집값은 연 소득의 18배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중국 대도시 집값은 일반 국민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여름 중국인민은행은 선수금을 제외한 자산 부채 비율 70% 초과 불가, 순 부채 비율 100% 초과 불가, 현금과 단기채권 비율 2배 미만 불가 등 ‘삼조홍선(三条红线)’ 정책을 내놓고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가 이를 준수하도록 압박해 대출을 어렵게 만들자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줄었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며 ‘공동부유(共同富裕)’ 구호를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 배후에는 부유층의 투기가 있어 압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8월 판매 총액을 총면적으로 나눈 단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 하락했다.

집값 상승이 주춤하자 부채가 2조 위안(약 364조 2200억 원)에 달하는 헝다그룹 경영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채무 불이행에 직면한 헝다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신속하게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에 편중한 경제 성장이 역전되고, 거품 경제가 붕괴한 1990년 전후의 일본을 능가하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라면서 “헝다그룹의 갑작스러운 파산 등 사태는 피할 수 있어도 중국 부동산 전망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2008년 미국 리먼 사태를 시작으로 경제가 침체할 때마다 더 높은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재정 부양책을 내놓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장려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금융기관을 제외한 중국 민간부채는 지난 5년 동안 매년 10% 이상 속도로 증가해 최근에는 35조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부동산 분야에서 은행의 관련 대출 잔액은 5년 만에 2.1배로 증가했다.

그 결과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220%에 달해 일본의 거품 경제 붕괴 최고치(218%)를 뛰어넘었다. 또 전체 대출 잔액에서 중국 부동산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로 일본 거품 경제 시기(21~22%)보다 높은 수준이다.

일본 거품 경제 시기 자금은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 시장에도 유입됐다. 1989년 말까지 10년 동안 닛케이 평균 주가가 5.9배 상승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중국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1.5배 수준으로 자금이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

지속적인 상승을 전제로 한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구매한 부유층과 재고가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의 매물이 급증하고, 가격 하락은 부채가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본 회전율에 영향을 미쳐 주택 건설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는 7월 말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올해 하반기 경제 운영 지침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제시했다.

이에 관해 닛케이 신문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가격의 과도한 하락을 막기 위해 직접 개입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부동산 시세 조정은 금융기관 부실 채권 증가 현상을 일으켜 중국 경제가 침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영 기자 chosy@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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