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미국과 NATO가 지원한 막대한 자금은 아프간 정부군 내부 문제 해결 못해”
아프간 정부와 군대 붕괴의 가장 큰 요인은 부패

19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주재 미국 대사관 밖에서 아프가니스탄 이주자들이 키르기스스탄 시민권 취득 또는 미국이나 캐나다로의 재정착을 요청하는 집회에 참여해 도움을 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19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주재 미국 대사관 밖에서 아프가니스탄 이주자들이 키르기스스탄 시민권 취득 또는 미국이나 캐나다로의 재정착을 요청하는 집회에 참여해 도움을 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 무장 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아프간 전쟁 종전을 선언하면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는 데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 정부를 포함한 세계 각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과거 20년 동안 미국은 특수부대를 포함한 아프간 정부군과 경찰 훈련에 830억 달러(약 97조 7491억 원) 이상을 지원했지만, 아프간 정부군은 소총 등 경무기를 들고 싸운 탈레반 공세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18일 카타르 알자지라는 서구 분석가와 정보기관이 현실을 더 잘 파악했다면 지난 며칠 동안의 상황에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프간 정부와 군대가 이렇다 할 저항도 없이 붕괴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알자지라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부패를 꼽았다. 아프간 국방부와 내무부에 부패가 만연해 군 고위층이 군인들에게 지급해야 할 자금을 빼돌리고 탄약과 식량은 중간에 도난당했다. 도난당한 탄약과 장비는 암시장에서 팔렸고 결국 탈레반 손에 넘어갔다. 게다가 일부 지휘관은 서류에만 존재하는 ‘유령 병사’를 내세워 돈을 빼돌려 자기 배를 채웠다.

또한 군 고위층의 횡령과 부패로 군 사기가 저하됐다. 지휘관의 청렴성은 부하들의 존경과 충성심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보수 병사들은 지휘관의 호화로운 생활 방식을 참지 못했고, 탈레반과 싸우다 죽는 대신 “항복하면 살려준다”는 탈레반의 유혹에 넘어가 항복해 목숨을 구했다.

셋째 아프간 정부군 내에 이념적 결속이나 의무감과 소속감이 없었다. 알자지라는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이 상당했고, 정부와 탈레반 간의 비밀 거래에 대한 음모론이 퍼져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나 정부를 방어하기 위해 싸울 준비가 된 아프간 병사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넷째 국방부 장관과 군 지휘관 등의 잦은 교체로 제대로 된 지휘와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군대가 전장에서 효과적으로 싸우기 위해서는 지휘와 지도력의 연속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니 대통령은 미군 철수와 탈레반 공세에도 지난 10개월 동안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군 지휘부를 교체했다.

다섯째 주요 국경과 도로를 장악하고 대도시를 포위하는 탈레반의 현명한 군사 전략은 지원군과 보급품을 보내는 아프간 정부 능력을 무력화했다. 이 때문에 고립된 많은 정부군이 국경을 넘어 인근 국가로 도망하거나 해산해야 했다.

알자지라는 또 아프간 정부군이 미군으로부터 수년간의 훈련을 받고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군사 장비를 받았지만 독자적인 전투 능력 개발에 실패해 순식간에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대도시 방어는 전적으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군에 의존했지만, 이들이 철수하면서 탈레반 진격을 막을 수 있는 장벽이 사라져 그동안 은폐됐던 허약함과 무능함이 전면에 드러났다.

알자지라는 미국과 NATO가 지원한 막대한 자금은 아프간 정부군 내부 주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면서 알카에다와 다른 테러 단체를 포함해 탈레반이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구출한 수천 명의 전사가 아프간과 다른 지역에서 중대한 안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호 기자 kimsh@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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