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78개에서 729개로 늘어
글로벌 금융 완화와 비상장 기업으로의 자금 유입 가속화가 유니콘 증가 주요 원인
금리 상승 등으로 자금 유입 정체 시 일부 유니콘 기업 어려움 겪을 수도

글로벌 금융 완화와 비상장 기업으로의 자금 유입 가속화로 세계 유니콘 기업 수가 1년 새 50% 늘었다./사진=픽사베이
글로벌 금융 완화와 비상장 기업으로의 자금 유입 가속화로 세계 유니콘 기업 수가 1년 새 50% 늘었다./사진=픽사베이

세계 자금이 넘쳐나는 가운데 비상장 기업 가치가 꾸준히 오르면서 글로벌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기업) 규모가 1년 전보다 50% 늘었다.

8일 일본 경제매체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가 1년 전보다 50% 증가해 700개를 넘어섰고 기업 가치도 70%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화 수요 증가와 비상장 기업으로 자금 유입이 가속하면서 글로벌 유니콘 기업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글로벌 유니콘 기업 수는 지난해 478개에서 729개로 증가해 1년 새 53% 늘었다. 유니콘 기업 수가 250개에서 500개로 늘어나는 데 약 2년이 걸렸고 올해 들어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1년간 세계에서 약 300개의 유니콘 기업이 등장했는데 견인차 구실을 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 유니콘 기업 수는 64% 증가한 374개로 2위 중국(22% 증가한 151개)을 크게 앞질렀다. 미국 유니콘 기업의 가치는 80% 증가한 1조 2천억 달러(약 1368조 원)로 세계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눈길을 끄는 것인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관련 업체다. 올해 1월 유니콘 기업이 된 미국 워카토(Workato)는 마케팅, 재무, 인사 등 회사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대기업이 비핵심 업무를 외부 우수 서비스 업체에 맡기는 추세가 확대하면서 워카토 고객 수가 코로나19 발생 전과 비교해 3배로 빠르게 늘었다.

유니콘 기업 중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인 기업은 ‘데가콘(decacorn)’으로 불린다. 지난달 24일 기준 데가콘은 33개로 1년 전(24개)보다 40% 늘었으며 이 중 9개가 핀테크 기업이다.

데가콘의 대표적인 기업은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스트라이프(Stripe)로 지난 3월 벤처 캐피탈(VC) 등으로부터 6억 달러를 조달해 기업 가치가 1년 전보다 2.6배 상승한 950억 달러를 기록했다.

북유럽과 중남미에서도 데가콘이 부상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위한 후불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웨덴 클라나(Klarna)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가입자 9천만 명을 확보했다. 스웨덴 인구는 약 1천만 명에 불과하지만,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 유행하면서 세계를 목표로 하는 기업가가 많다.

빈부 격차가 뚜렷한 브라질에서는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많다. 2013년 창업한 누뱅크(Nubank)는 휴대폰으로 간편하게 송금하고 공공요금을 지불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가입자가 늘면서 최근 기업 가치가 1년 전보다 3배 증가한 300억 달러로 늘었다.

유니콘 증가 원인으로는 글로벌 금융 완화와 비상장 기업으로의 자금 유입 가속화가 꼽힌다. 벤처 캐피탈 외에 사모펀드(PE)와 헤지펀드 등도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글로벌 회계〮경영 컨설팅 기업 KPMG에 따르면 올해 1~3월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9% 증가한 1268억 달러로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회계법인 딜로이트 토마츠(Deloitte Tohmatsu) 계열사인 액셀러레이터 토마츠 벤처 서포트(Tohmatsu Venture Support)의 마샤유키 기무라 이사는 “사모펀드 등 펀드가 기업공개(IPO)에 가까운 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라면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이용한 상장도 늘면서 바이오와 에너지 등 연구개발 기업에도 자금이 쉽게 유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풍부한 자금이 기업 가치 상승을 뒷받침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투자자는 “일부 기업의 가치는 2000년 인터넷 버블처럼 실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면서 “금리 상승 등으로 자금 유입이 정체되면 일부 유니콘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닛케이 신문은 일본 유니콘 기업 수가 6개로 캐나다(11개), 한국(10개)에 이어 11위에 올랐다며 기관 투자자가 벤처 캐피탈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우수 인재가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영 기자 chosy@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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