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12명으로 늘어난 22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부지부에서 의료진이 냉장고에서 백신을 꺼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12명으로 늘어난 22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부지부에서 의료진이 냉장고에서 백신을 꺼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현재까지 17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독감백신 접종을 중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잇따른 사망 사례에 백신 제품 제조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중단할 상황 아니라는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과 사망간의 연관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질병관리청이 이날 오전까지 파악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는 총 17명이다. 지난 16일 인천의 17세 고등학생이 사망한 이후 20일 고창, 대전, 목포에 이어 지난 21일 제주, 대구, 광명, 고양, 안동 등에서도 추가로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사망한 사람들은 대부분 고령자다. 지난 16일 처음 인천에서 사망한 고등학생을 제외하고 사망자는 모두 50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고창(77세), 대전(82세, 79세), 대구(78세), 제주(68세), 서울(53세), 경기(89세) 등이다. 

현재까지 이들 중 6명이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고령자들이 흔히 앓고 있는 고혈압, 당뇨 등이다. 반면 이날 대전에서 사망한 70대 여성처럼 지병 없이 건강한 경우도 있어 불안감이 더 증폭되는 모습이다.

보건당국이 아직까지 사망자들과 백신간의 상관 관계가 적다고 보는 이유는 사망자들이 맞은 백신 제품과 제조번호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잇따른 사망 사례로 인한 불안감으로 보건소에 백신 유통업체 신성약품과 더불어 백신 제품 제조사가 어딘지 확인하는 전화가 늘고 있다. 

질병청은 이날 “사망자들이 맞은 백신 제품 제조사는 보령바이오파마, 녹십자, 한국백신, LG화학, SK바이오”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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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의 품명과 제조번호는 ▶보령플루VIII테트라(A14720007, 13-18세용) ▶보령플루VIII테트라(A14720016, 어르신용)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Q60220039) ▶코박스인플루4가(PT200801, 어르신용) ▶플루플러스테트라(YFTP20005,어르신용) ▶지씨플루코드리밸런트(Q60220030, 어르신용) ▶SK바이오스카이셀플루4가(Q022028, 비대상유료) ▶SK바이오스카이셀플루4가(QH22002, 어르신용) ▶보령플루V테트라(A16820012, 어르신용) ▶한국백신 코박스인플루4가PF주(PT200802) 다. 

이러한 상황에 독감 백신 접종에 대한 일부 전문의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독감 백신은 오랜 기간을 거쳐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이기에 일부 사망 사례로 인해 백신 접종을 미룰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거에도 고령자들에게서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했었다”며 “아직 이들의 사망 원인이 정확히 백신 때문이라고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을 일부러 맞지 않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특히 고령자, 영유아, 임산부 등 독감 고위험군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백신은 몸 상태가 좋은 날 맞아야 하고 접종한 후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잘 살피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며칠 사이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의 한 내과 개원의는 “가뜩이나 상온 노출 사건으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망자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안심하고 예방접종을 하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이럴 바엔 차라리 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인과 관계가 확실히 밝혀진 뒤에 다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고 전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백신 생산부터 유통·분배·접종 전 과정을 점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독감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백신 전 과정을 재점검해 불안감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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