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가 지난해 11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가 지난해 11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하면서 형제의 난 가능성이 재계를 중심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30일 최대주주가 조양래 회장 외 12명에서 조현범 사장 외 11명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하다.

앞서 조 사장은 아버지 조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을 모두 인수했다. 이에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과 합쳐 42.9%를 보유하게 되면서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당초 차남인 조 사장이 가진 지분은 19.31%로 장남인 조현식(50) 부회장과 지분이 똑같았다.

이에 조 회장이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후계가 결정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이끌어온 조 회장은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조 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COO(최고운영책임자·사장)와 자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을, 조 부회장은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을 맡아 회사를 경영해왔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장남 대신 차남을 선택한 것은 경영능력의 차이였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조 회장은 그동안 두아들에게 경영을 맡기고 경쟁을 붙여왔다.

실제 조 회장은 조부회장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를 맡던 2012년,  조 사장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승진시켜 경쟁을 유도했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유리한 고지는 조 사장에게 돌아갔다. 조 사장은 한국타이어의 사명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교체 작업을 주도했으며 타이어 외에도 미래 먹거리 등 신사업 추진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사장이 변화에 민감하고 트렌드에 밝은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 회장이 조 사장에게 지분을 모두 넘긴 것은 사실상 후계구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변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조 부회장이 제 3자와 연합해 조 사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송을 제기해 장기전으로 끌고갈 확률도 언급되고 있다.

조 부회장(19.32%)과 두 누나인 조희경이사장(0.83%), 조희원씨(10.82%) 지분을 합하면 30.97%다.

조 부회장의 역습이 시작될 경우 7.74%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조 부회장이 누나들과 손을 잡고 국민연금까지 등에 없으면 조 사장과의  지분 격차는 4%대로 감소해 표 대결까지 노려볼 수 있게된다.

조 사장이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조 사장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협력업체 대표로부터 납품거래 유지 등을 대가로 매월 500만원씩 123회에 걸쳐 총 6억1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타이어 계열사 자금을 매월 200만~300만원씩 102회에 걸쳐 총 2억65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있다.

재판부는 지난 4월 조 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추징금 6억 1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러한 재판부의 결정에 업계에서는 'MB 사위 봐주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국민연금이 재판 중인 조 사장의 편을 들기 힘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