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 신청사 모습. [사진=뉴시스]
전주지방법원 신청사 모습. [사진=뉴시스]

취객을 제압하려다 상해를 입힌 소방관에게 국민참여재판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제3형사부는 24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소방관 A씨(34)에 대해 유죄 의견을 낸 배심원단의 평결을 받아들여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은 오전11시에 시작해 새벽 2시 30분에 끝날만큼 공방전이 치열했다.

재판부는 "A씨 행위와 B씨 골절상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된다"며 "당시 여러 가지 정황, 폭행 행위의 경위 및 내용 등을 종합하면 A씨의 행위는 정당방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19일 오후 7시40분쯤 전북 정읍시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술에 취해 욕설과 주먹을 휘두르는 B씨를 제압하다 약 6주간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사건 당일 심장 통증을 호소하며 1시간 거리의 전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했다. 출동한 A씨와 구급대원은 여러 검사 끝에 B씨에게 특별한 이상이 없자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화가 난 B씨는 갑자기 A씨에게 욕설을 하면서 달려들었다. A씨는 B씨를 밀쳐 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압했다. 그러나 B씨는 폭력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자 A씨는 B씨의 목덜미 부분을 감싼 뒤 바닥에 넘어뜨리고 B씨를 짓눌렀다.

이에 검찰은 A씨 행위가 과도했다고 판단했고 벌금 1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직권으로 이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고 A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과 A씨 변호인 측은 A씨의 제압 행위로 인해 B씨가 발목 골절상을 입었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바디캠과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소방관의 언행 등 초동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A씨는 B씨의 뒤편으로 가 두 손으로 목을 감싸고 넘어뜨렸고, 쓰러진 B씨 위로 올라가 피해자의 가슴을 16초 동안 짓눌렀다"며 "당시 현장에 있었던 B씨 어머니는 '소방관이 아들의 발목을 찼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피해자가 난동을 부렸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공격행위가 용서된다면, 소방대원이 취객에 대해 공격해도 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이 사건은 정당방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 변호인 측은 전면 무죄를 주장하며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해자가 과거에도 총 25번의 119 이송 중 10번이 주취 상태였던 점, 피고인과 행인 등을 상대로 시종일관 격한 욕설과 폭력을 행사한 점,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발목 골절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무죄의 근거로 제시했다.

변호인 측은 "정읍에서 피해자가 말한 전북대병원까지 왕복 2시간이 걸린다. 원칙적으로 119구급대는 골든타임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근거리 이송이 원칙이다. 119구급대가 응급 환자가 아닌데도 장거리 이송을 할 경우 지역 내 구급대의 공백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서 "전국 모든 소방관님들이 '갑질' 악성민원에서 벗어나 국민의 소방관으로 자부심을 갖고 화재와 응급 상황으로부터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며 존중받을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배심원은 검찰 측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 또한 이 같은 배심원의 평결에 따라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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