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러시아의 CNN'으로 불리는 RT(Russia Today) 방송이 26일 영국의 방송통신감독기관인 오프콤(Ofcom)으로부터 벌금 20만파운드(약 3억원)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3∼4월 방영된 뉴스·시사 프로그램의 불공정 보도에 대한 제재 조치다.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의 암살기도 사건과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불공정하게 다뤘다는 게 영국측 판단이다.

RT의 뉴스는 러시아 정부의 시각이나 입장을 해외에 전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다 보니, 서방 진영 일각에서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낸다는 의혹을 받는다. 영국 오프콤의 벌금 부과도 RT의 이같은 역할을 제재한 측면이 강하다.

RT 관련기사 캡처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사건에 대해서도 RT는 즉각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했다. RT는 사건 당일인 23일 오후 2시께(모스크바 시간) 러시아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6개 국어로 '러시아는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 '러시아 공군은 동해에서 처음으로 중국 공군과 합동 초계훈련을 실시했다'는 두 꼭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두 기사에는 러시아국방부가 제공한 동영상이 똑같이 달려 있다. 시간적 차이도 별로 없었다.

불행하게도 국내 언론은 이틀이 지난 25일에야 'RT가 러시아 국방부가 제공한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는 식으로 의미를 부여했지만, 사실은 뒷북을 친 것이나 다름없다. 한러 양국간에는 이미 '말의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진 뒤였다.

사진= RT 영어판 기사 화면 캡처

사진 = RT 영어판에 올린 동영상 화면 캡처

더욱이 국내 언론은 유튜브에 올라 있는 동영상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했는데, "한국 공군 전투기 2대가 차단 비행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2개의 수직 꼬리날개가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F15K로 판단된다"는 설명도 달렸다.

하지만 영상 내용으로 보나, 올린 시간으로 보나 RT의 공개 영상은 러시아의 영공침범 사건과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중러 연합초계 비행에 초점을 맞춘 영상이다. 우리 군 당국도 "러시아 측이 공개한 영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이 한국 해군의 사격통제레이더(STIR)를 맞았다며 공개한 영상에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내용이 없었던 것과 비슷한, 단순 영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동해서 합동 초계비행을 실시한 러시아와 중국이 오는 9월쯤 새로운 군사협정을 체결한다는 소식이다. 러시아 언론은 합동 비행을 계기로 “러시아측이 중국 측과 새 군사 협력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새 협정은 지난 1993년 체결한 기존의 군사협정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협정에 추가될 군사협력에는 고도의 연합 군사훈련과 초계 비행, 방공 미사일체계의 레이더 기록 공유 등이 거론된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 드미트리 트레닌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장은 트위터에 “양국이 새 군사협정을 맺으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3일 한국 영공 침범과 같은) 공동 정찰이 주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군의 영공침범을 막을 수 있는 대비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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