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닛산 홈페이지>

[뉴스비전e 이진구 기자]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자동차 배출가스를 지금의 3분의 1로 감축키로한 가운데 유럽 자동차 산업이 전통적인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해 EU는 8억 유로 규모의 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며,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2018년부터 2020년 까지 2억유로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EU내에서는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이 독자 배터리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유럽 각국이 이르면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퇴출에 들어가지만 현재 배터리 양산 기술을 가진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E-모빌리티에 대해 관심을 갖는 기업이라면 유럽 내 자체 셀 공장을 설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기업의 매니저와 정치가들이 EU 차원에서 이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EU 집행위와 독일 정부는 가장 중요한 산업 분야의 미래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으며, EU는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지난 2017년 10월 EU 배터리 연합 발족과 더불어 효율적인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연구 개발 지원에 2억 유로를 투자키로 했다.

코트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에 따르면, 올 해 2월 말 EU 자동차 산업계는 더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내놓을 계획이며, 여기에는 필요한 원자재(리튬, 코발트, 니켈 등)를 위한 새로운 클리어링 하우스(Clearinghaus, 어음교환소)와 노후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위한 규정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배터리 셀 생산공장 준공 중심으로 기업 간 경쟁 확산

배터리 관련 밸류체인 상의 EU의 가장 큰 약점인 배터리 셀 생산 및 관련 내용을 둘러싸고,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누가 유럽 내 최초의 배터리 공장을 세울 것인가 하는 데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트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은 "EU 배터리 연합 차원에서 대규모 배터리 공장 설립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몇 달 내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테슬라 Gigafactory <사진 / tesla.com>

미국의 테슬라는 약 50억 달러를 자체 '기가팩토리(Gigafactory)'에 투자하기로 했다.

아시아 국가의 배터리 전문기업은 동유럽 내 배터리 셀 공장에 수백만 유로를 투자해 이미 공장 건설에 들어갔으며, 스웨덴의 스타트업 기업인 Northvolt 역시 생산공장 건설을 선언한 데 이어 이르면 2월 초 공장 준공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전 테슬라의 매니저였던 카를슨(Peter Carlsson)이 설립한 해당 기업은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최대 32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해나갈 예정이다.

한국의 SK 이노베이션은 다임러 납품용 배터리셀 생산을 위한 헝가리 공장 설립을 위해 6억5000만 유로를 투자했다. 해당 공장은 2018년 2월 공사를 시작해 2020년 초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을 개시할 예정이다. LG 화학은 폴란드 브레슬라우(Breslau)에 유럽 내 최초의 대규모 배터리 생산 공장 건립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총 14억 유로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장은 2018년 준공이 완료돼 유럽 내 공급을 개시할 예정이며, 총 2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연간 총 15GWh 용량의 배터리 생산이 가능한데, 이는 약 30만 대의 전기자동차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2018년에는 약 10만 대의 전기자동차에 대한 배터리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 SDI 헝가리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 / 삼성 SDI>

삼성 SDI 역시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해 2018년 2분기부터 배터리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얇은 두께의 배터리 셀을 선보였는데, 이 공장 건설에 약 3억 유로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간 약 2.5GWh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는 50KWh 배터리가 탑재된 5만 대의 전기자동차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독일 배터리 분야 몇몇 기업의 컨소시엄인 TerraE는 독일 내 중간 규모의 셀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약 40억 유로를 투자했으며 이로써 약 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됐다. 해당 공장은 2018년 연내 가동에 들어가 점차 생산 물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2028년까지 연간 34GWh 생산 계획으로 이는 총 68만 대의 전기자동차에 해당된다.

폴크스바겐(VW)은 전기자동차 출시 계획과 더불어 필요한 배터리 수량이 상당히 큰 편이며, 이를 위해 총 500억 유로 투자가 계획되어 있다. 2025년까지 폴크스바겐이 필요한 총 배터리 용량은 150GWh으로, 이는 약 300만 대의 순수 전기자동차에 투입 가능한 규모다. 또한, 최소 4개의 대규모 생산공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은 다른 완성차 기업과 같이 직접 생산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상황이다. 배터리를 공급받으며 가격 압박을 해나가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데, 그 대안은 다수의 기업과의 연합을 통해 유럽 내 배터리 공장을 준공하는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는 상황이다.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 돌입

자동차 산업계는 현 리튬이온 배터리 교체 시기는 2025년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보쉬(Bosch), 토요타(Toyota), 무라타(Murata), 다이슨(Dyson) 등이 차세대 배터리로 알려진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에 돌입했으며, 국내 삼성 SDI나 LG 화학 등의 국내기업 역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사진 / 혼다>

보쉬(Bosch)는 이미 오래전부터 배터리 생산 사업을 고려 중으로 총 1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보쉬의 CEO 데너(Volkmar Denner)는 연내 배터리 생산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쉬 CEO 데너(Volkmar Denner)는 아시아 경쟁기업과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 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티넨탈 CEO 데겐하르트(Elmar Degenhart) 역시 현재 리튬이온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는 한국 삼성이나 LG와 같은 선도 기업과 경쟁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해 2025년 대량 생산이 가능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 부위원장이자 에너지연합 담당인 세프코비치(Maros Sefcovic)는 2020년까지 2억 유로에 달하는 기존의 연구비 외, EU 구조기금 등의 재원을 활용해 기업에 포괄적인 지원금을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EU는 오는 5월 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EU는 배터리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아시아 기업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EU 내 배터리 생산 공장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독일을 중심으로 한 완성차 기업은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일부 기업에서 현재 기술이 아닌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보다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은 "국내 기업은 현재 전 세계 배터리시장을 선도해나가고 있으나, 아직은 시장 형성 초기로 판단된다"며, "향후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고객 확보가 시장 선점에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요 완성차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판매망 확보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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