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장연우 기자] 1980년대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 전사적 자원 관리)시스템의 등장은 기업의 업무 생산성과 기업 구조에 혁신을 가한 솔루션으로 각광받았다. 

ERP 도입의 확산으로, 오라클·후지쯔 등 해외 기업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더존비즈온과 같은 중견기업이 성장했으며, 통신사들까지 이 시장에 진입해 기업들의 자산 관리 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기업 내 생산, 재무, 회계, 구매, 재고 등  경영 활동들을 통합적으로 연계·관리해주는 이 시스템은 국내외 기업들에게 속속 전파됐다.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 대표 그룹들의 경우, 영업과 제조의 전략을 전사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신규 ERP 구축 비용으로 조단위를 투자했을 정도다. 

그러나 4차산업에 진입하면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적용한 새로운 사무자동화, 이른바 로봇 프로세싱 오토메이션(Robot Processing Automation / RPA)로의 변화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새로운 노동형태...RPA 도입 부추긴다

<이미지 / Tplan.com>

인공지능, 로봇 등 디지털 혁명에 기반한 4차산업 혁명의 주요 기술들은 기업 전반에서 인간의 노동을 디지털 노동으로 대체중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새로운 노동 형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 공정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융합으로 무인 자율생산시스템과 스마트 팩토리 영역이 확산세다. 

이에 따라 사무 현장에서도 ERP시스템의 다음 단계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적용한 새로운자동화 시대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RPA는 사람이 하는 인지적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을  로봇 및 소프트웨어가 대신 수행하는  자동화를 의미한다. 

여기서 로봇은 실제 움직이는 로봇이 아닌 가상의 로봇이다.  

사람이 처리하는 단순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는 비즈니스상의 가상 로봇이 사무직 관리 업무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동화하고, 기존의 직원들은 전략적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ERP 도입 이후 CRM(고객 관계 관리)·BPM(프로젝트 관리)·SCM(공급망 관리)·BPO(프로젝트 아웃소싱) 등으로 이어져온 기업 업무 프로세스 관리 솔루션들은 RPA로 변화하고 있다.    

 

◆적용 분야와 사례는?

<자료 / 어니스트영>

기업의 재무·회계, 인사, 법무, 제품개발, 영업·마케팅, 생산, 구매, 물류 등 기업업무 전반에 걸쳐 RPA가 적용된다. 

은행 영업점의 후방인 정산업무, 자금세탁방지 규정  준수 등 지원업무 분야에 이미 RPA가 도입된 사례가 등장했다.  영업점에 배치되고 있는 자산관리형 가상비서, 고객 응대형 감정 인식 로봇, 로봇어드바이저 역시 RPA의 부분을 이룬다.  

특히 기존 IT 시스템의 변경 없이도 적용이 가능한 확장성과 용이성을 주무기로, RPA의 확산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융합정책연구소 관계자는 "ERP, BPO 등 기존 시스템과 연계해 별도의 인터페이스 없이 신속히 구축이 가능한데다, 고부가가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인적 자원들을 재배치 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데이터의 무결성이 RPA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이 시장에 전망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KPMG 인터내셔널이 전세계 86개국 4천498명의 CI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4%의 응답자가 이미 RPA 등의 디지털 노동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기 시작했거나 혹은 투자할 계획이라 응답했다. 

글로벌  RPA시장은 2016년 약 2억1,700억달러에서 오는 2021년까지 12억2천400억달러(1조3천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RPA는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금융, 의료, 법률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미국의 앤더슨 암센터는 암진단에 RPA를 활용해, 일반 암진단 오진율 20%를 대폭 낮췄다고 발표했다. 암종류별로 대장암 98%, 방광암 91%, 췌장암 94%로 진단 정확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미국 로펌인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는 변호사 업무의 30~40%를 차지하는 판례 분석을 RPA를 통해 자동화했다. 

<이미지 / 어니스트영>

미즈호은행과 후코쿠 생명 등 일본 금융업계도 인공지능과 로봇의 개념을 융합한 로보어드바이저를 이미 도입해, 고객의 투자 결정 및 자산운영 보조의 개념으로 활용중이다. 

국내 역시 신한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및 농협 등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금융봇·상담봇 등을 중심으로 RPA 중 상담 수요에 대응한 부분을 적용중이다. 

특히 씨티은행의 경우, 자금세탁방지 및 모니터링 등 후방업무에 RPA 적용을 확대한데 이어,  고객 접점인 영업점 역시 디지털혁신을 통한 비대면 채널을 거래 비융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소비자금융의 변화를 대대적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한편 은행 IT 시스템 전략 담당자는 "기존의 ERP 구축은 기업의 경영혁신 활동에 영향을 주는데 그쳤지만,  RPA는 노동력 자체를 대체한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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