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김호성 기자] 4차산업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초생명사회를 뜻하는 자율적 경영모델, 이른바 홀로크러시에 대한 개념애 붐을 이룰 전망이다.
'산업혁신 3.0운동'은 생산과 경영의 결정권을 기업의 각 팀과 같은 셀(cell)단위로 부여하자는 개념이었다. 핵심은 생산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 내의 셀별 블록에 최적의 자율권을 주는 소위 블록경영체제 구축이다.
블록체인처럼 각 블록, 각 셀 단위에 의사 결정을 분산하자는 개념은 4차산업 시대를 맞아 '홀로크러시'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블록 단위에 자율성을 주고 결정권을 주는 생산성 혁신 모델이 경영 전략 전반에서 고려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 교수를 비롯, 주요 관계자들이 이를 강조하며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홀로크러시는 분야별로 전문화되어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혁신기업 및 이른바 유니콘 기업들과 비교해 4차산업 시대에 들어서 대기업들의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위계적 경영모델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되는 추세다.
◆4차산업혁명 시대 경영·생산 전영역에 확산...도입 사례는?
신발과 의류를 판매하는 온라인 벤더회사인 자포스(Zappos)는 아마존의 자회사다.
토니 히시(Tony Hsieh) 자포스 사장은 행복한 근로자들이 행복한 고객을 모셔오게 되고 기업의 경쟁우위 요소로 작용한다는 생각으로, 과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따라왔던 하이어라키(위계적)모델을 혁파하고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홀로크러시(자율적) 모델로 조직운영 방식을 대체했다.
자포스의 모델은 민주적으로 스스로 조직하는 팀들 중심으로 구성 운영되면서 직원들은 다양한 팀에 참여하여 자율적으로 활동한다. 팀간의 활동에서 중복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들 간의 역할을 중재하고 연계시키는 임무는 그동안 위계조직의 탑이 그 기능을 바꿔 담당한다.
IBM이 시도한 '민첩경영 (agile management)모델 , GE의 '빠른업무처리(FastWorks)' 모델도 홀러크러시의 예다. 중국 하이얼 역시 지난해 근로 인력을 2천개의 자율관리팀으로 분할했다.
홀로크러시 모델의 원리는 1990년대 초 덴마크의 보청기 메이커인 옵티콘(Oticon)사에서 도입한 스파케티 조직(Spaghetti Organization)의 원리와도 유사하다. 종업원들에게 스스로 개발 프로젝트를 창조토록 권한을 위임하여 수요자 가치요구 변화에 신속히 대응토록 하는 것이다.
홀로크러시 모델의 탄생은 2007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브라이언 로버트슨(Brian Robertson)의 아이디어에 의해서 창안됐으며, 로버트슨은 1967년 헝가리출신 영국지식인인 아서 코에스틀러(Arthur Koestler)가 쓴 '기계속의 영혼(The Ghost in the Machine)'에서 아이디어의 영감을 얻었다.
코에스틀러의 '기계속의 영혼'에서는 우리 두뇌는 근본적으로 전체로서 뇌에 의존하는 자율적이고 자기결정적인 홀론(holon)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로버트슨은 회사에 있어서도, 서로 중합되는 써클들로 구성되는데 각 써클들은 특정한 업무중심으로 자발적으로 함께하는 종업원들의 팀들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그간의 홀로크러시 모델을 도입해서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200여개의 중소기업들로 부터 피드백을 받아서 현재는 '홀로크러시 4.0'이라 불리는 헌장이 운용되고 있다.
자포스의 경우 현재 종업원의 약 반수가 홀로크러시에 가입되어 훈련받고 있는데 현재 180개 써클이 존재하고 금년말에는 400여개로 늘어나 전 종업원이 홀로크러시에 소속된다. 종업원들은 전형적으로 2개 이상의 써클에 가입하게 되고 각 써클의 역할과 미션은 회사가 처한 니즈의 변화를 반영하여 자주 바뀐다.
한편 조직의 장은 그동안 가져왔던 위계질서의 최상위 직급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회사 전반의 써클을 연계하는 “연계주역 lead link”로서 “홀로크러시 헌장의 인준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기존 하이어라키(위계적) 모델을 벗어던지고 홀로크러시(자율적)모델로 변신하게 되면 기업들은 작금의 치열한 경쟁 환경에도 승리하고 번창하는 새로운 무기를 준비하게 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이어라키(위계적)모델은 조직 운영의 기본원칙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홀로크러시(자율적)모델은 기존 유지되 온 구조을 전면적으로 바꾸는게 아니고 조직을 좀 더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것임에 불과하다는 평가 등 경영학자들 사이에서 해석은 다소 나뉘고 있다.
한편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대와 비교한 한국의 조직문화에 대해 "아직도 대다수 정부, 공공 및 기업조직에서 하이어라키(위계적) 모델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홀로크러시의 자율적 모델 적용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위계적 조직구조는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의사결정의 집중화로 인해 판단이 잘못됐을 때를 대비한 견제의 기능도 작용하지 못하게 한다. 이에 따라 빈발하는 사건사고의 주 요인으로도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