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김호성 기자] 가상화폐의 논란에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점이 투기성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축통화 또는 법정 통화에 있어서의 헤게모니 변화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제기된다. 

가상화폐가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느냐의 시각은 산업을 넘어 경제 사회 영역에 걸쳐 첨예한 관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가상화폐가 앞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를 대체함으로써, 현재 미국 중심의 전세계 경제질서에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각국의 법정통화로서의 역할을 뛰어넘어 글로벌 기축통화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연 가상화폐가 법정통화, 더 나아가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정리하자면, 가상화폐가 법정통화로 되는데 있어서의 난제들은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급결제 VS 자산가치수단... '경계의 모호성'

<이미지 / mashable.com>

지난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논문을 통해 비트코인을 처음 발표한 이후,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가 기존의 법정통화가 갖는 역할을 보다 효율적, 경제적, 익명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기대감이 실현될 수 있으려면, 가상통화가 안전한 가치저장수단과 넓은 수용성을 가진 지급결제수단으로 변화해야 할 필요가 높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급심한 가격변동은 이런 역할을 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주식, 채권, 부동산 권리증 등 현재 통용되고 있는 자산은 미래 소득 흐름에 대한 소유권을 '증서' 형태를 통해 내재적 가치를 정해준다.

이를테면, 주식의 경우 액면가를 들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내재적 가치와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가격 사이의 거품을 확인하게 된다. 

반면, 가상화폐와 같은 디지털 통화는 미래 특정 시점에 대해 재화나 용역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 이외 다른 내재 가치를 '증서상'으로 정해주지 않고 있다. 

결국 가상화폐는 가치적 측면에서, 자산 또는 통화인지를 명확히 구별해 주지 않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제이 클레이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이와 가상화폐의 특징을 우려해, "통화와 증권을 결합한 형태의 신규코인 상장은 증권으로 간주되야 하는 만큼, 증권거래법상의 제반 규정들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상화폐의 자산 가치적 불명확성을 규제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대안으로 주모받은 '한정성'...실제로도 그럴까

 

<좌>가상화폐 가격 상승 추이(단위:%)와 가상화폐 발행종류 추이(단위:개) <자료 / 코인마켓캡>

가상화폐는 채굴량이 제한된 특성상, 인플레이션에 다른 구매력 감소를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한국금융연구원은 비트코인에 이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대체 가상통화'는 이와 같은 발행 제한성, 이른바 '한정성'의 특징을 퇴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의 채굴량은 최대 2100만개로 제한돼 설계돼, 이미 1600만개가 채굴된 상태다. 그러나 비트코인 이외에도 이더리움, 리플 등 대체 가상화폐 발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가격 급등락 자체가 가상화폐 보유자들의 구매력을 크게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방어 효과는 사실상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서 비트코인을 매입해, 이후 가격이 낮아질 경우 보유자들은 구매력 감소를 겪을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인플레이션 방어적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가상화폐가 투자를 위한 증권적 성격을 닮아갈수록 지급결제수단으로서의 성격은 멀어질수 밖에 없다. 가격등락에 따른 구매력 위축은 피할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인플레이션 방어적 효과라는 명분으로는 가상화폐가 법정통화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2년 이후, 하루평균 3%의 변동율을 보였고, 이는 달러, 위안화, 엔화 등 주요 바스켓 통화의 변동률 0.3%와 비교해 10배에 큰 폭이다. 

 

◆거래건수 늘수록 결제수수료도 상승...거래 효율성 있나?
 

<자료 / 은행연합회>

가상화폐의 장점으로 꼽힌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거래에 있어서의 효율적 비용이다. 쉽게 표현하지면, 디지털 통화의 특성상 현금이체·카드결제 등 기존 거래수단과 비교해 거래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인데, 이 또한 현실적으로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비트코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각 블록 용량은 1MB다. 

발행 초기에는 거래건수가 많지 않아 이를 위한 IT구축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그러나 거래건수가 급증하면서, 결제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블록의 용량을 늘려야 한다. 비트코인 캐시의 경우 블록용량을 8메가로 확대해 결제속도를 높이고 있다. 

몰려드는 해킹 역시 문제다. 

비트코인 초기 블록은 거래 데이터 36MB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스팸이나 잠재적인 디도스 공격에 대비해 1MB로 줄었다. 이 제한은 비트코인 블록이 대량으로 증가하고 거래도 급증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트렌드블록(TrendBlock)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평균 블록 크기는 125KB에서 425KB로, 거래량은 일 2.5배 증가했다. 하루 평균 4번은 이 블록 크기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한다.

은행 IT 전략 담당자는 "이와 같은 점을 감안해도, 은행 이체 수수료보다는 비트코인 결제 수수료가 현재 시점에서는 절대적으로 낮은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앞으로 거래가 급증한 이후에는 현재처럼 가상화폐를 통한 거래 수수료가 절대적으로 낮을수만은 없을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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