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IDC>

[뉴스비전e 이미정 기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한국이 경쟁력 우위에 있는 산업 분야에 있어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점점 좁혀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OLED 공장 승인은 수달을 끌다가 지난해 말에야 정부의 승인이 났다. 사드문제로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가 배경에 있었다는 해석이 제기됐지만, 원론적으로는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도 사실상 높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IT 기업들의 성장세는 한국은 물론, 미국 기업들에게도 더욱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알리바바 등 대기업 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유니콘 기업들의 성장세는 이미 가파른 수준에 올라왔다.  

이젠 미국 실리콘기업들이 중국에 배우러 찾아갈 정도다. 중국 내외에서의 특허출원건수도 이미 2015년 미국을 뛰어넘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인터넷 등에 늘상 붙여왔던 중국 '굴기(倔起)'라는 단어도 이젠 무색할 정도다.  

 

◆나스닥 뉴욕증시 시총 흔드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3대 IT기업의 2017년 한해 주가 상승률은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로 대표되는 미국 주요 IT기업의 상승률을 압도했다. 2017년 11월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주가 급등에 힘입어 5,232억 달러까지 커져서 페이스북(5,220억 달러)을 앞질렀다.

중국 IT기업들은 외형 뿐만 아니라 내부 기술혁신 역량도 빠르게 보강하고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등과 같은 기술에 대규모로 투자해 미래 혁신 분야에서도 미국 기업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인공지능 분야 R&D에 약 150억 달러를 투자해 혁신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바이두, 텐센트도 중국 현지 R&D 외에 미국 실리콘밸리와 시애틀에도 연구소를 각각 설립해 전방위적으로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사진 / alibabagroup.com>

 

◆시총 수십조 넘어서는 유니콘 기업도 '속속'...실리콘밸리 기업의 역모방 사례도 나와

또한 중국 내에서 차세대 유망주가 될만한 스타트업들도 다양하게 출현하고 있다. 2017년 한 해에만 유니콘 기업, 즉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갖는 신생기업이 21개나 탄생했다. 

특히 디디추싱(2012년 창업, 중국판 우버), 메이퇀덴핑(2010년 창업, 음식배달 앱) 같은 스타트업들의 기업 가치는 각각 한화 54.5조, 32.7조에 달하며, 그간 높은 시장가치를 자랑하던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과거의 중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 및 사업 모델을 거대한 내수 시장에 모방 적용하는 방식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혁신적 기술로 중국 내 성공을 거두고, 이를 해외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중국 내 성공사례를 역으로 모방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자전거 공유업체 모바이크(Mobike)를 모방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라임바이크(LimeBike), 텐센트의 ‘위챗페이(WeChat Pay)’를 차용한 애플의 모바일 메신저 결제 기능 등은 대표적인 역모방 사례다.

<사진 / limebike.com>

 

◆정부 각 부처, 특정분야별 육성 전담...특허 갯수상으로는 이미 미국의 두배

이러한 중국 혁신기업들의 성장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중국 정부는 IT 핵심부처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차세대 AI 발전계획 추진 위원회’를 설립해 바이두,알리바바, 텐센트 등 이른바 BAT는 물론 스타트업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바이두), 의료/헬스케어(텐센트), 스마트시티(알리바바)처럼 주요 기업들이 특정 분야를 중점 육성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시키고, 2030년에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 인공지능 등 미래 혁신 기술을 선도하려는 청사진을 그리며 역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 / 디디추싱>

이처럼 기업체들의 약진과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책에 힘입어 중국은 향후 제조대국을 넘어 혁신대국으로 변신하는데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실제로 R&D 투자, 특허 등 다 양한 혁신 지표에서 중국은 이미 양적으로 미국과 양강 체제를 구축한 형국이다.

혁신의 투입 지표인 R&D 투자액에서 중국은 지난 2000년 이래 연평균 16%씩 R&D 투자를 확대해 2015년에는 3,769억 달러로 1위 미국(4,628억 달러)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중국이 R&D 투자를 15년간 연평균 16% 증가시켰다는 점은, 동기간 OECD 전체의 R&D 투자가 연 2.6% 증가에 그쳤고,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인 한국도 연 8.6% 증가했음을 감안할 때, 경이로운 수준이다. 

최근의 투자 추이가 계속된다면, 불과 1년 뒤인 2019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R&D 규모 면에서도 앞지르게 된다. 

특허 분야에서도 중국의 물량 공세가 가속되고 있다. 

국제특허기구(WIPO)가 집계한 2015년 국내외 특허 출원 수에서 중국은 110만 건으로 미국의 59만 건을 크게 웃돌았다. 물론 중국의 110만 건 중 대부분이 국내 출원이고, 특허 가치 및 영향력이 큰 국제출원은 3만 건이라는 분석이지만, 그렇게 보더라도 미국 5.7만 건, 일본 4.4만건에 이어 세계 3위의 수준인 셈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최근 매우 적극적으로 국제 특허를 출원하고 있어, 현재의 순위 역시 역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5년 세계 1, 2위 특허 출원 기업은 화웨이(Huawei), ZTE로 모두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2017년 인공지능 분야 중국의 특허출원수도 133만건으로 1위를 차지해 2위인 미국 58만건의 2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의 혁신 역량 강화는 2018년에도 주시해야 할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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