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김평기 기자] 새 정부가 출범 후 첫 세제개편에서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5억원 초과'에서 '3억원 초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 대신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세수가 큰 3대 세목의 명목세율을 손대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명목세율을 건드리는 대신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법인세 비과세·감면 정비, 부가세 카드사 대리납부제 등 '부자·대기업 증세' '세원 투명성 확대' 차원의 세부 조정으로 세수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올해 세법 개정안 방향이 최근 정해졌다. 정부는 일단 올해 세제개편에서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등 3대 세목의 세율 조정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급격한 증세 추진이 출범한 지 2개월밖에 안된 문재인정부와 여당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부동산 보유세, 에너지세제 등 조세 개혁 의제를 사회적 논의기구인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해 중장기적 개편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중순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세·법인세 명목세율 인상까지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대신 정부는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해 '부자 증세'에 시동을 걸 방침이다.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과세표준을 현행 5억원 초과에서 3억원 초과로 낮춰 보다 많은 고소득자에게 40% 최고세율을 매긴다는 것이다.

조세 저항이 적고 여론의 지지를 받으면서 세수는 높이는 묘안인 셈이다.

지난해 세제개편에서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높이면서 거둔 초과 세수는 연간 6000억원 규모다. 하지만 세부담이 전체 소득세 납부자 중 0.2% 수준인 5만명에도 못 미쳐 별다른 논란이 벌어지지 않았다.

최고세율 문턱을 3억원으로 낮춰도 새롭게 최고세율 범위에 들어오는 납부자는 '4만여 명(근로소득+종합소득)+α(양도소득)'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은 앞서 지난달 초 국정기획위 자문위원인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안과 비슷한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예견됐다.

정부는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외에도 이른바 고소득자, 자산소득자, 대기업, 대주주 등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자진신고 시 내야 할 세금에서 7%를 깎아주는 상속·증여신고세액 공제율을 3%로 낮추는 방안, 현재 2000만원을 초과한 금융소득에만 적용하는 종합과세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세인 부가세는 세율을 건드리지 않고 카드사 대리납부제도를 도입해 탈루를 방지하는 방안이 사실상 확정됐다.

한편 정부는 고용 창출에 이바지한 기업에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쉽게 말해 일자리를 많이 만든 기업에 세금을 더 많이 깎아주겠다는 의미다.

우선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최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관련해 "1년에서 지원 기간을 (더) 늘리고 금액도 확대하며 중견기업까지 적용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제도는 중소기업이 설비투자(토지·건물·장치 추가 등) 등을 통해 고용을 늘리면 늘어난 인원에 따라 투자 자금 중 일정 비율의 세금을 공제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 세제는 고용보다는 투자에 방점이 찍혀 있어 고용 창출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투자 규모가 클수록 혜택이 늘어나도록 설계된 데다 중소기업은 상근근로자가 감소한 때도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에서 고용만 늘려도 세제 혜택을 주고 신규 채용 인정 대상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 혜택을 받지 못했던 서비스업과 중견기업에서도 일자리를 늘릴 요인이 생기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이 공제로 기업이 받았던 연간 8000억원대 세제 혜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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