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비만이나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아이를 부양하는 외국인에게 이민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새로운 지침을 도입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통신사(Agence France-Presse)의 11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인 이민을 더욱 엄격히 통제하기 위한 최근의 정책 변화로 평가된다.
이달 초 미국 국무부가 해외 공관에 보낸 전보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비만을 비롯한 여러 건강 관련 요소를 비자 심사 시 고려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관련 문서에서 “비만인은 고비용의 장기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며, 이들이 미국 내 공공 재정 부담을 야기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문서는 각국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이 비자 신청자가 “장애, 만성 질환 또는 기타 특별한 필요로 인해 부양해야 하는 가족 구성원이 있어 정상적인 노동이 불가능한지”를 평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건강 문제나 돌봄 부담을 가진 신청자 가정을 새로운 비자 거부 사유로 명문화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세계에서 비만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40%가 비만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는 미국 내 비만 증가와는 무관하게, 미국 입국을 원하는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추가 제한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민 비자 심사에서 ‘공공 부담(public charge)’ 여부—즉, 이민자가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를 고려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기준을 더욱 강화하며 이민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단속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외국인 배우자를 포함한 합법적 이민 절차에서도 거부 사유를 확대하는 등, 이민 억제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새로운 지침이 실제 비자 발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국제사회 및 인권 단체의 반발을 어떻게 촉발할지는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