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다사(多死·사망자가 급증하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이 장례업 인력 부족으로 인한 서비스 지연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월 3일 보도를 통해, 2040년경 일본의 연간 사망자 수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대도시에서는 화장까지 2주 이상 대기해야 하는 사례가 일상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누구나 원하는 방식으로 마지막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장례 인프라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장례식과 영결식을 담당하는 ‘장의사’와 화장 업무를 수행하는 ‘화장 작업원’ 직종의 유효 구인배율은 2024년 기준 7.6으로, 전체 산업 평균(5.6)을 크게 웃돌고 있다. 장례업체의 약 70%가 9인 이하의 소규모 기업으로 구성돼 있어, 인력난은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40년 일본의 연간 사망자 수가 166만 5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인력 부족 속에서 장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장례 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장례업 인력난은 단순히 근무 강도 때문만이 아니다. 병원 사망 시 장례업체가 신속히 시신을 안치소로 이송해야 하므로, 심야에도 유족과 연락하며 절차를 진행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러한 특수한 근무 여건 때문에 젊은 세대의 장례업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지방 인구의 대도시 유출로 인해, 지역 장례업체는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국데이터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일본 내에서 52개 장례업체가 파산·휴업·해산했으며, 이는 2000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일부 업체는 장례 수주를 거부하거나 시신 안치 기간을 연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간토 지역의 조사에서는 매년 겨울(12~2월) 사망부터 화장까지의 기간이 8일 이상 걸리는 사례가 약 20%에 달했으며, 도쿄도에서는 지난해 겨울 15일을 기다려야 했던 사례도 보고됐다. 향후 사망자 수가 정점에 달할 때는 이러한 화장 대기 기간이 ‘보편적 현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업계 일부에서는 노동 환경 개선과 인재 양성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일부 장례업체는 야간 전화 응답 업무를 외주화하여 직원의 심야 근무 부담을 줄이고 있으며, 수도권과 긴키 지역에서 여러 회관을 운영하는 ‘공익사(公益社)’는 2024년부터 장례 운영 기술에 따라 직원에게 기술 등급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등급이 올라가면 더 큰 장례를 주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이는 직업적 성취감과 성장 의욕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장례식은 한 개인이 생의 마지막에 자신만의 특색을 표현하는 자리다. ‘다사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 국민이 존엄하게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장례 인프라를 어떻게 유지하고 강화할 것인지 — 이제 일본 사회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