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중앙은행(ECB)이 세 번째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CB는 10월 30일(현지시간)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2%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세 차례 연속 금리 동결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ECB는 지난해 중반부터 1년 동안 금리를 총 2%포인트 인하한 이후, 올해 6월부터는 금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경제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현재 통화정책은 좋은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변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우리는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경제 성장 위험이 완화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주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유로존 20개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과 ECB 자체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라가르드는 “성장률이 높지는 않지만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ECB는 내년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인 2%를 다소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CB는 오는 12월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2028년 경제전망을 처음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 정책 결정자들은 2028년 인플레이션이 목표보다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명확하다면 금리 인하 논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다른 인사들은 장기 예측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율이 목표보다 소폭 낮더라도 허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ECB가 내년 중반쯤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40~5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스웨덴 노르디아 그룹의 얀 폰 그리히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당분간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여전히 다양한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며 “이번 결정은 ECB가 금리 조정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또 새로운 유럽연합(EU)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개편이 2027년 인플레이션을 약 0.3%포인트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EU는 해당 제도를 2년 내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유로화 강세로 인한 수입물가 하락 효과와 공급망 불안, 에너지 가격 변동 등이 ECB의 향후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