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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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수년간 지속된 고(高)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거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 리얄(Rial)의 액면가에서 4개의 제로(0)를 제거하는 통화 개혁안을 공식 승인했다.

로이터통신은 10월 5일, 이란 의회가 통화 제도의 전면 개혁을 골자로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수년간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화폐 단위가 지나치게 커지고 거래와 회계가 비효율적으로 변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환율 정보를 추적하는 ‘봉바스트(Bonbast)’ 웹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자유시장에서 리얄은 1달러당 약 115만 리얄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년째 35%가 넘는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며 국민들이 지폐의 액면가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국영매체는 “의회가 헌법감호위원회의 반대 의견을 조정한 끝에 개혁안을 승인했다”며 “이로써 중앙은행은 화폐 단위 조정 작업에 착수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란 의회 경제위원회 위원장 샴솔딘 후세인은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화폐의 이름은 리얄로 유지되지만 개혁은 단계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2년간 준비한 뒤, 3년 동안은 기존 리얄과 신 리얄을 병행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화폐 단위를 간소화하고 거래를 보다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제로를 없앤다고 해서 화폐의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란 학생통신(ISNA)은 후세인 삼사미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화폐의 명성은 단위 조정이 아니라 실질가치를 높이는 경제 개혁으로 회복돼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회계 단순화와 거래 편의성 개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인 경제 구조 문제와 재정 적자를 해결하지 않으면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란의 이번 결정은 고인플레이션을 겪는 국가들이 자주 선택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와 짐바브웨, 터키 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화폐의 제로를 삭제했지만, 근본적인 물가 안정에는 실패한 바 있다.

이란 중앙은행은 새 화폐의 도안과 전환 비율 등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리얄의 명예 회복은 제로 삭제가 아니라 경제 안정에 달려 있다”며 “통화 개혁이 성공하려면 물가 통제와 신뢰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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