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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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공지능(AI) 선도기업 오픈AI(OpenAI)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이 일본을 방문해 히타치와 협력에 나서는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기술 패권 전략과 맞물려 일본과 한국을 ‘AI 선도 거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월 3일, “올트먼 CEO가 2일 도쿄를 방문해 히타치제작소 등 일본 주요 기업과 회동했다”며 “그의 방일은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이라고 보도했다.

올트먼은 이번 방문에서 AI 운영을 지원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과 대화형 인공지능(ChatGPT)의 업그레이드, 그리고 AI 단말 장비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자금과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일본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를 요청했다.

그는 또한 히타치와 전략적 협력에 관한 초기 협정을 체결했으며, 히타치가 오픈AI의 글로벌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Stargate)’ 계획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인공지능 서비스의 처리 능력을 대폭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서 올트먼은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을 만나 AI 반도체와 메모리칩 공급 협력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오픈AI, 엔비디아, 애플 등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은 AI 기술 수출 확대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인공지능 전략의 연장선으로, 첨단 기술을 전 세계에 확산시켜 중국의 기술 부상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지난 4월 일본 총리 관저를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회담했으며, 애플의 팀 쿡 CEO도 9월 하순 일본을 찾아 현지 기업과의 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미국 주요 기술기업의 잇단 방문은 단순한 경영 행보를 넘어 정책적 로비와 외교적 의미를 띠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오픈AI 및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첨단 기술 도입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기술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국제 수지에서 ‘디지털 적자’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인프라 협력이 단기적으로는 기술력 향상에 기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기술 생태계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며 “일본과 한국은 AI 기술 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독자적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 오픈AI와 엔비디아는 일본과 한국을 거점으로 AI 반도체·클라우드·데이터센터를 잇는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향후 아시아 지역이 미국의 AI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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